류승범, 황정민, 유해진, 류승완. 충무로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영화배우 혹은 감독이다. 이들이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난다고 했을 때 누가 기대하지 않을 것인가. 이미 '사생결단'을 통해 환상의 호흡을 보줬던 류승범과 황정민, 충무로 최고의 형제로 손꼽히며 벌써 여섯번째(특별출연까지 합해서) 호흡을 맞추는 류승완과 류승범. 기대할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조합 속에서 영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희대의 여아 성폭행범이 등장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대통령은 경찰청을 직접 방문해 꼭 범인을 잡아줄 것을 당부한다. 이에 경찰청은 최철기(황정민)에게 승진을 담보로 특별반장을 부탁하고, 최철기는 그의 스폰서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범인 역할을 맡을 '배우'를 고용하게 된다. 그런데 최철기가 자신의 스폰서, 김회장을 잡아넣었다는 사실에 분개한 주양(류승범)이 그의 수사에 태클을 건다. 주양이 각본을 쓰고 최철기가 연출하며 장석구가 연기를 하는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반적인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는 착한 주인공과 악역이 등장하고, 우리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당거래'의 주인공 최철기, 주양, 장석구 모두 악역이다. 즉 '악vs악vs악'인 것이다. 관객들은 누구 한명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하기 쉽지 않다.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심지어 모든 조연들까지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이입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이 눈물이 흘러야 할 상황에서, 가슴에 큰 공허함이 남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영화의 표현 강도 또한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검찰과 경찰의 대립, 경찰 내에서 경찰대학 출신과 아닌 사람들의 대립, 스폰서 경찰과 검찰의 등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을 총집합해 놓은 느낌이다. '제발 현실이 아니길' 하는 생각을 하고 줄거리를 따라가다, 뒤짚지고 엎어지는 결말에 괜시리 우울해지기까지 할 만큼 표현 수위가 세다.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현란한 액션을 버렸다. 하지만 다른 매력으로 액션의 부족을 덮었다. 그래서 아마 최고의 명배우들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영화를 볼 관객들을 위해 이쯤으로 리뷰를 정리하려고 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용서는 없다'로 그닥 흥행의 재미를 못본 두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 이번 영화는 잘 풀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영화, 꼭 보길 바란다. 감히 최고라고 표현하겠다. 조현성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