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전문가 그룹의 전유물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형태로 개인의 손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종합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 대부분을 앞으로는 집에서 환자가 직접 하는 날이 옵니다."

의료시스템 혁신 전문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는 제이슨 황(Jason Hwang·36) 박사는 이를 '스마트 페이션트(smart patient·똑똑한 환자)'시대라고 불렀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황 박사는 대만미국인으로 내과 전문의이다. 경영계의 필독서인 '파괴적 혁신'을 쓴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리에튼 M 크리스텐슨 교수와 함께 지난해 '파괴적 의료혁신'을 공동 집필해 전 세계 의료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그는 4일부터 열리는 대한병원협회 학술대회 특강차 방한했다.

황 박사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그 예로 혈당 체크를 들었다.

"과거에 혈당(血糖)을 재려면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한참 뒤에야 결과를 알았습니다. 이제는 환자가 집에서 혈당을 즉석에서 재고 그 수치에 맞게 인슐린(혈당을 떨어뜨리는 약물) 주사 용량을 스스로 조절합니다. 의료기술의 보편화로 예전에 의사가 하던 일을 환자가 직접 하는 것이죠."

이처럼 의료기술도 결국 이용자(환자) 쪽으로 옮겨간다는 것이 '파괴적 의료혁신'의 핵심 내용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어느 나라나 날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현재의 고(高)비용 구조 의료시스템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고 ▲고령사회로 만성질환이 급증하면서 환자 스스로 질병을 관리해야 하며 ▲I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환자가 사용하기 편한 의료기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의 지론대로라면 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시켜 놓은 지금의 '백화점식 종합병원'은 사라진다.

"과거에는 치료방법 결정에 의사의 경험과 직관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암에 어떤 항암제를 쓰면 몇 퍼센트 효과가 있고 어떤 감염병에 어떤 항생제를 쓰면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습니다. 특정 치료만을 위해 비싼 비용을 치르며 대형 종합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결국 종합병원 상당수 기능이 치료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소규모 병·의원과 환자의 집으로 옮겨 갈 겁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치료방법이 정형화된 백내장·치질·디스크 수술 등은 점점 전문 병원에서 맡아 하고 있다. 가정용 의료기기를 통해 혈압과 혈당, 심전도(心電圖) 등이 집에서 측정돼 질병 관리 전산시스템으로 전송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IT기술 발달로 할 일이 많아진 '스마트 페이션트'시대에는 환자 스스로 정확한 의료 정보를 알아내고 질병 관리 기술을 터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