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커터라 불리는 컷패스트볼은 간단하게 말해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에 위치한 구종이다. 투수가 최고 구속을 뽑아낼 수 있는 포심패스트볼보다 약 5~7㎞정도 속도가 떨어지는 대신 타자앞에서 살짝 꺾이며 정확한 타격을 힘들게 한다.

오른손 투수가 던질 경우 슬라이더처럼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지만 그 각이 훨씬 작고 빨라야 한다는 것이 커터의 조건이다.

커터는 타자들한테 '배트를 부러뜨리는 구종'으로 악명이 높다. 보통 구속이 패스트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타자가 직구인 줄 알고 배트를 내밀었다가 왼손 타자는 배트 그립 부분, 오른손 타자는 헤드 끝부분에 볼이 맞아 부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터를 잘 던지는 투수는 일단 구속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야만 그 위력을 제대로 살릴 수가 있다.

양키스의 최강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는 커터 하나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구속이 150㎞가 넘으면서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꺾이는 그의 커터에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도 고개를 떨구기 일쑤. 국내에서는 현재 군복무중인 SK 채병용이 커터를 잘 던진다. 채병용은 신인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타자들의 배트를 수도 없이 부러뜨려 코칭 스태프의 눈에 들었을 정도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김시진 투수 코치가 알려준 일반적인 커터 그립은 다음과 같다. 포심 그립처럼 잡은 뒤 엄지 손가락 끝으로 공을 잡지 않고, 손마디를 살짝 구부려서 공을 떠 받친다. 이렇게 잡고 포심처럼 던지면 끝에서 자연스럽게 살짝 휘게 되는 원리다. 김 코치는 "일단 기본적인 그립이 있지만 어느 실밥에 손가락을 어떻게 걸고 힘을 얼마나 주는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자신에게 맡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