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봉준영 기자] 톱모델 출신에서 배우로 변신한 이수혁(22)이 스크린 첫 신고식에서 덜컥 주연을 맡았다. 배우란 이름보다 모델로, 혹은 누군가의 남자친구로 더욱 유명세를 탄 그지만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배우에 대한 갈망이 간절하다.

이수혁은 11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이파네마 소년’(감독 김기훈)에서 신비한 소년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극중 헤어진 여자친구가 잊혀지는 게 두려워 ‘유령 해파리’에게 털어놓다가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녀(김민지 분)로 인해 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배우의 길에 접어들기까지 그의 삶과 드디어 배우란 타이틀을 얻게 된 소감을 그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 지난해 겨울부터 여름까지 매달렸던 첫 영화가 드디어 개봉을 앞뒀다.

▲ 실감이 안난다. 우선은 개봉을 한다는 자체가 기쁘고, 팬들에게 결과물을 보여준다 것이 좋다. 팬들이던 관객이던 관계자들이던 첫 영화를 선택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게 모델 이외의 것들이었다. 자연스러운,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 그 점에 중점을 뒀다.

- 스크린에 걸린 ‘배우’ 이수혁의 모습은 어떻던가.

▲ 전주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 당당하게 인사하고 앉아서 봤는데 민망해서 못보겠더라.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에 내레이션 등 후반 작업이 있었지만 작년에 촬영이 끝났다. 작년에 끝내고 다시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하나하나 꼬집으면 끝도 없을텐데 영화촬영을 끝내고 한참 후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내레이션 녹음을 다시 했는데 조금 힘든 감이 있었다. 그러니 그게 영화에 나타나더라.

- 첫 영화로 ‘이파네마 소년’을 선택했다. 조금 난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 영화의 이미지적인 부분이 좋았고,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도 느낌이 왔다. 해파리 같은 단어들도 그렇고 기존의 영화와 다른 차별화가 있었다. 소년의 캐릭터가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고, 캐릭터상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 나와 나이 때도 비슷하고 겪어온 과정이 공감이 됐다. 저 역시 사랑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성격적인 부분이나 기억에 대해 중요시 여기는 부분, 사랑에 대한 신중함이 캐릭터와 비슷했다.

- 모델로서 톱의 자리에 있었고, 모델을 계속하기에 충분히 나이도 어리다. 조금 더 모델 일을 하다가 연기에 도전해도 될 텐데 당장 욕심을 낸 이유가 있나.

▲ 어릴 때부터 늘 꿈이 배우였다. 패션이나 모델에 관심을 갖기 전부터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는 게 좋았고, 영화라는 장르에 배우로 내가 나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 조금 더 크고 상업적인 영화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 일단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다. 모델에서 배우로 터닝포인트가 되는 포인트라고 할까. 배우로서 첫 작품이고 오래 기다린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전주에서 상도 받았고 무언가 인정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 그리고 일단 영화배우가 이제 되지 않았나... 아직은 모델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위 사람은 내가 얼마나 배우라는 일을 좋아했는지 알기 때문에 지지해준다.

- 모델 출신 배우란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 풀어나가야 할 것들이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초반, 모델을 할 때만 해도 오디션보거나 학원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뭐라고 했었다. 그러나 차승원, 강동원 선배들은 모델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다. 그 부분은 담고 싶은 부분이다.

그렇다고 배우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모델을 선택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배우가 되려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물론 모델 일을 했던 게 카메라 앞에서 서서 무언가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패션에 대한 관심도 따로 있었다. 사실 21살에 파리에 에이전시도 있었고 유학생 친구도 만나면서 외국에 있고 싶은 생각도 했다. 그러다 돌아왔는데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 이제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 사실 ‘김민희 남자친구’라는 부분에 더욱 포커스가 맞춰지는 면도 없지 않다.

▲ 처음 모델을 할 때는 지용(빅뱅 지드레곤)이와 사진 찍은 게 이슈가 되면서 ‘지용이 친구’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김민희 남자친구’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물론 섭섭한 부분도 있었고 일한 거에 대한 보상을 못 받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앞으로 더 잘하면 되는 일 같다.

물론 두 사람의 이야기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인데 상대방의 이야기까지 같이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배우 이수혁은 어떤 수식어를 갖고 싶은가.

▲ 이제 시작해서 딱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제 색깔이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실력을 갖춘 후에는 많은 것을 보여줘도 좋겠지만, 저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 ‘이수혁 만의 뭐뭐’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니 뎁이나 이완 맥그리거처럼 자기만의 힘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저만의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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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