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11월 1일은 가수 유재하와 김현식이 20여년 전 세상을 떠난 날이다.
62년생인 유재하는 87년 11월 1일 세상을 떠났고, 58년생인 김현식은 3년 뒤인 90년 이 날에 생을 마감했다. 3년 차이로 두 가수가 동일한 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에 동료 가수들과 팬들은 이 기막힌 우연에 다시한 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죽음을 슬퍼했다. 하지만 가요계는 아직도 한국 가요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들을 잊지 못하고 노래는 후배가수들을 통해 살아 숨쉬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지는 올해 스물 세번째 해다. 흔히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전설이 된 가수란 타이틀로 그를 설명한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슬프지만 감미로운 선율이 담긴 곡을 쓴 유재하는 명실공히 국내 발라드 가요계를 바꾼 싱어송라이터다. , 하지만 데뷔 음반이 곧 유작이 돼 버려 25살에 시간이 멈춘 유재하다.
유재하는 1984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 키보디스트로 참여한 후 85년 조용필의 7집 앨범에 불후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만들며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어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밴드에 들어가 '비처럼 음악처럼'이 들어 있는 김현식의 3집 앨범 '가리워진 길'을 만들었다.
곧 밴드 활동을 정리한 유재하는 1987년 8월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한다. 당시 이 음반은 음정이 불안하다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심의에서 반려됐다.
하지만 더 큰 슬픔은 유재하가 음반이 발표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1월 1일 한남대교 북단 근처 강변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가로수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나이 고작 만 25세였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명반에 빠지지 않고 톱 5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전설이 된 유작 앨범은 후배가수들을 통해 꾸준히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현 가요계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발라드 가수들을 배출해냈다.
김동률은 "유재하의 죽음으로 대한민국 발라드는 10년 이상 퇴보했다고 생각한다"고, 유희열은 "유재하는 나의 등대", 빅마마는 "유재하는 한국 가요계에 축복 같은 존재"라고 고인의 의미에 대해 전한 바 있다.
사망 23년이 된 올해도 여전히 유재하는 우리 곁에 돌아온다. 영화 '맛있는 인생'에 유재하의 곡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가 삽입된다.
'내사랑 내곁에', '비처럼 음악처럼'의 김현식은 20년 전 간경화로 동료 선후배 가수들의 가슴에 슬픔을 남기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경을 헤매면서도 죽음에 맞서 노래했다. 가수 겸 음반기획자 이은하는 "피를 토해 내듯이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었어요. 부러워하는 분이었죠"라고 그를 회상한다.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수개월간 시련을 겪기도 한 김현식은 그렇기에 '봄여름가을겨울'을 타이틀로 한 김현식 1집이 녹음이 끝나고 2년이 지난 80년에나 세상의 빛을 봤다. 이어 '사랑했어요'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후, 자신이 직접 봄여름가을겨울이란 밴드를 만들어 앨범을 발표했다.
거칠지만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듯한 보컬이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애절한 느낌을 그만의 색깔로 뽑아내는 김현식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보컬리스트였다.
아홉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 김현식을 여읜 아들 완제 씨는 가수로 아버지의 길 뒤를 잇고 있고, 김장훈 등 후배 가수는 김현식 추모앨범을 준비했다. 20년 전 음악을 시작하는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준 형 김현식을 그리워하다 최근 김현식 노래 11곡을 직접 불러 음반에 담은 것.
유재하와 김현식.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짧은 시간 이 세상에 들렀다가 주옥같은 곡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특히 깊어지는 가을날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만든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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