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현재 수목극 정상을 달리고 있는 SBS 인기 드라마 '대물'이 작가 교체(황은경`→` 유동윤)에 이어 연출자(오종록)까지 하차하는 등 심각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정치인(고현정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물'의 작가 교체 배경에 정치적 압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김옥영 이사장은 "정치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PD와 작가의 인간적 갈등 때문이었다. PD가 자신과 대립하는 작가를 교체했고 결국 자신도 하차한 것"이라면서 "PD는 작가의 '동일성 유지권'을 지켜줄 책임이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동일성 유지권'이란 작가가 쓴 작품을 작가의 허락과 동의 없이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는 영상 콘텐츠로 변신하게 될 활자 콘텐츠를 책임지는 방송작가는 크게 드라마, 예능, 구성·다큐멘터리, 라디오, 번역 작가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는 스타작가는 드라마 부문에서 많이 나온다.
스타 드라마 작가의 대표주자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다. 그는 '청춘의 덫' '사랑과 야망' '목욕탕집 남자들'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의 히트작을 써왔고, 한국 최대의 드라마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 이사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1세대로 분류되는 김정수('전원일기'), 박정란('행복한 여자') 작가도 대표적인 스타작가다.
2세대 스타 드라마 작가로는 '모래시계'의 송지나, '거짓말'의 노희경, '고개 숙인 남자'의 주찬옥, '소문난 칠공주'의 문영남, '왕꽃선녀님'의 임성한,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등이 있다. 3세대로는 '두번째 프러포즈'의 박은령, '내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선덕여왕'의 김영현, '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온에어'의 김은숙,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홍정은·홍미란 자매 등이 있다.
남성 스타 드라마 작가로는 '용의 눈물' '태조 왕건' '야인시대' 등의 이환경, '한지붕 세가족' '서울의 달' 등의 김운경, '종합병원' '허준' '주몽' 등의 최완규, '추노' '도망자 플랜비' 등의 천성일 등이 있다.
이 같은 스타 드라마 작가들은 요즘 삼화네트웍스, 올리브나인, 에이스토리 등 대형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속 직원의 개념보다는 드라마 횟수로 계약을 한다. 즉 100회 계약을 했을 경우는 20부작을 5개 정도 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스타 드라마 작가들은 얼마나 벌까? 최고액의 원고료를 받는 김수현 작가의 경우 회당 50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 드라마 작가들은 대개 작품을 쓰기 전 계약금을 먼저 받는다. 회당 100만원에 100회 방영하기로 계약하면 1억원을 받는 식이다. 계약금과 방송사별로 정해져 있는 특별 원고료를 더한 게 스타 드라마 작가의 수입이다. 톱 클래스로 분류되는 스타 드라마 작가들의 원고료는 회당 1000만원 이상이지만 극소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김지숙 저작권팀장은 "보통의 경우 단막극은 400만원대, 주간연속극은 회당 200만~300만원을 받는다"면서 "드라마가 재방송될 때는 기존 원고료의 30%를 더 받는다"고 밝혔다.
드라마 작가의 등용문은 지상파 방송사가 주최하는 극본 공모에 응모하는 것이 정석 코스다. 공모 때마다 수천 편의 작품이 몰리고, 이 중에서 다섯 편 정도를 뽑기 때문에 쉽지 않다. 경쟁률이 수백 대 1이다. 다음으로는 방송작가아카데미를 다니는 길이 있다. 대표적인 아카데미는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지망생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방송작가교육원'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방송작가교육원은 기초, 연수, 전문, 창작반으로 나뉘는데 각각 6개월씩 졸업까지는 2년이 걸린다. 이곳 교육원팀 유원영씨는 "상급반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최종 단계인 창작반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10~15명"이라며 "이들은 극본 공모에 당선되거나 선배 작가인 강사들로부터 스카우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방송작가 아카데미는 KBS, MBC, SBS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방송아카데미, 시나리오작가협회도 개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이 운영하는 방송작가아카데미를 나왔다고 해당 방송국에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취직은 물론 방송작가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작가들을 제외한 일반 작가들의 어려움은 2008년 8월 SBS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작가 김모씨의 경우가 극단적인 예이다. 김씨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소속된 정식 작가는 아니었지만, SBS '긴급출동 SOS 24'의 보조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심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능, 구성·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는 적게는 한 명, 많으면 열 명 정도의 보조작가가 붙게 된다. 보조작가(중간작가, 막내작가)는 엄밀히 말하면 정식 작가는 아니다. 메인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보조작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보조작가에 대한 노동력 착취가 적지 않다. PD가 해야 할 일을 보조작가에게 넘겨도 말없이 수행해야 한다. 결국 보조작가는 메인작가와 PD의 일을 함께 떠안는 경우가 많다.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소위 '보따리 장사'라고 불리는 시간강사를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어디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힘들다.
방송작가의 경우 메인이든 보조든 야근은 필수이고 4대 보험에 가입하거나 상여금을 받는 건 꿈도 못 꾸는 계약직이다. 그나마 자신이 기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프로그램이 종영했는데 다른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면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