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화면 캡쳐

대만에서 열린 대륙간컵 야구대회에서 한 대만 야구팬이 '천안함을 폭파하듯 한국팀을 두들겨라'는 문구를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응원문구는 현지 중계방송 화면에 그대로 잡혀 한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은 23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17회 대륙간컵 야구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개최국인 대만과 맞붙게 됐다. 프로 선수들이 빠진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으로 꾸려진 대만 측 타선을 공략하지 못해 5대11로 패배했다.

경기 당시 양 팀은 별문제 없이 깨끗한 승부를 펼쳤지만, 문제는 관중석에서 일어났다. 대만인으로 추정되는 한 관중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탄사 천안함, 봉타 남○대(彈射 天安艦, 棒打 南○隊)'라는 글을 적힌 응원팻말을 들고 있었던 것. 다른 관중에게 가려진 '남(南)'과 '대(隊)' 사이에는 한국을 지칭하는 '한(韓)'이 적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그대로 풀이하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것처럼 한국도 방망이로 쳐라”는 의미다. 이 팻말은 한국이 5-7로 뒤진 7회 대만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한국팀을 상대로 타선의 분발을 격려하기 위한 응원문구였지만, 46명의 장병이 전사한 비극을 거론한 것은 도를 넘은 응원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만 야구팬들은 지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만날 때마다 ‘성형미인’ ‘개고기’ 등을 적은 응원팻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국내 야구팬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아무리 응원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빼앗았던 비극을 이용해선 안 된다”, “그 장면을 방송한 대만 측 방송도 문제 있다”, “외교 문제도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대만은 다음 달 12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금메달을 놓고 경기를 할 예정이다. 한국과 대만은 다음 달 13일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처음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