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프리먼이 주연했던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죄수들이 넋이 빠지도록 한 흑백영화를 보고 있다. 바로 이 영화, '길다'다. 1940년대 미국 최고의 섹시 스타로 꼽혔던 리타 헤이워스가 주연했던 작품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사설 도박장. 크게 한탕 하고 나오던 도박꾼 조니(글렌 포드)는 강도의 습격을 받지만 발린 먼슨(죠지 마크레디)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먼슨에게는 매력적인 아내 길다(리타 헤이워스)가 있다. 이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 길다는 조니의 옛 애인이었던 것.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먼슨은 질투와 증오심으로 범벅이 되어 조니에게 아내의 보디가드를 하라고 명령한다.

1940년대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에로틱 영화의 최전선이다. 길다는 퇴폐적인 성적 매력을 무한대로 발산하면서 주변 남자들을 온통 파멸의 길로 이끄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영화 속에서 이 팜므 파탈 캐릭터가 보여주는 남성 편력은 역설적으로 폭력이 낳은 산물로 보는 해석이 강하다. 팜므 파탈의 성적 매력이야말로 폭력에 대항해서 생긴 병적인 반응으로 보는 것. 이 영화로 리타 헤이워스는 사악하고 신비로운 요부(妖婦)로 명성을 떨쳤고, 미국의 군인들이 그녀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계기가 됐다. 원제 Gilda. 110분. 1946년 작. 흑백. 15세 이상 관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