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조성진(서울예고 1년·사진)은 요즘 바쁜 일정에 쫓긴다. 지난 7월 일본 NHK교향악단과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를 돌면서 협연했고, 삿포로·하마마쓰 등의 협연·독주회까지 합치면 9차례나 무대에 섰다. 3월에는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과 나고야·하마마쓰에서 네 차례 연주했다. 작년 11월 아시아 정상급 경연대회인 하마마쓰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1위를 차지한 이후 얻은 유명세 덕분이다.
지난 18일 오후 스승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자택에서 만난 조성진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번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콩쿠르 본선 중계였다. "본선에 진출한 저 러시아 친구가 작년 하마마쓰에서 조성진 다음으로 2위를 했는데요. 쇼팽 콩쿠르 홈페이지엔 '조성진은 왜 안 나왔느냐' '조성진은 만 17세가 안 돼서 출전하지 못했다'며 자기들끼리 묻고 답하는 리플들이 달려 있대요." 신 교수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 나이 제한 때문에 나가지 못한 제자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신 교수 자택의 지하 연습실로 내려간 조성진은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25일 협연할 작품을 들려줬다. 국내에선 거의 연주된 적이 없는 리스트의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저주'로 중견 피아니스트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곡이다. 조성진은 지난 4월 모스크바 공연에서 이 작품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 달 만에 연습해서 연주했다. 조성진이 무섭도록 건반을 힘차게 두들기자 신 교수가 "난 저렇게 못 쳐요. 참 대단하지요?"라고 했다.
조성진은 다음달엔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이번 협연이 특별한 것은 서울시향이 다음달 초 피아노의 전설로 꼽히는 루마니아 출신 라두 루푸(Lupu)와 같은 작품을 먼저 협연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루푸와 비교될 만한 정도는 아니잖아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10월 24일 오후 5시, 북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02)599-5743
▶서울시향 희망드림 콘서트 11월 14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158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