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이 비쳐든 효영의 침대에서 수미·효영·찬미·혜원(왼쪽부터)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남녀공학만의 청춘로맨스를 꿈 꿀 법도 하다. 모범생, 전교회장, 오락부장 등 한 학교의 명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같이 개성이 넘치는 10명의 멤버가 옹기종기 모여살면 재미있는 일도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남녀분반이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숙소 위치를 모르고 있다는 것. 일정이 끝나면 각자 숙소로 돌아가 잠들기에 바쁘기 때문에 생존확인을 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는 설명이다. 너무나도 바쁜 이들을 위해 본지가 직접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들의 숙소를 찾았다.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 비교체험 극과 극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찬미가 자신의 침대에서 티아라 지연이 선물한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녀공학 여자반 숙소-개성만점 아늑한 스위트홈

수미의 침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여자반의 막내 혜원이 커다란 곰인형을 안고 있다.

그야말로 '프리티걸'들의 보금자리다. 30여평 정도의 널찍한 숙소는 방 3개, 화장실 2개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방은 새침꾸러기 효영과 애교만점 찬미의 방이다. 룸메이트라 취향도 닮아가는지 온통 핑크빛으로 꾸며진 방에는 인형, 사진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한가득이다. 찬미는 익살스러운 모양의 인형을 들어올리더니 "티아라 지연이 선물해줬다"며 웃었다. 이에 질 수 없다! 효영도 아주 특별한 추억이 담긴 인형을 소개했다. 그런데 이 인형의 목이 이상하다. 잘려 나간 목을 흰색 실로 듬성듬성 꿰매놨다. 효영은 "친구가 인형 목을 잡아뜯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도란도란 한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설거지를 하던 찬미가 카메라를 보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남녀공학 전교회장을 맡고 있는 수미는 독방을 쓴다. 방을 보고있으니 심플한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생들과는 달리 안마기, 촛불 등 굵직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수미가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커튼. 그는 "예민한 편이라 조금이라도 빛이 들어오면 잠을 못잔다. 그래서 암막 커튼을 사왔다"며 웃었다.

'오늘은 땡!잡은 날.' 평소에는 꿈도 못 꾸던 피자를 매니저가 특별히 시켜줬다. 네 멤버들이 체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막내 혜원 역시 독방을 쓰고 있다. 아버지가 선물해 줬다는 큼직한 곰인형은 그의 완소품이다. 여자 4명이 모여있는 만큼 옷, 신발 등 개인 소품이 많아 어지러울법도 한데 제법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설거지, 청소, 빨래 등 모두 당번을 정해 멤버들이 직접 집안일을 하고 있기 때문. 수미는 "아무래도 신발을 넣을 곳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발 박스를 버리지 않고 그 안에 신발을 넣어서 거실 행거 밑에 보관한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내가 맏이이기 때문에 나서서 집안일을 하는 편이다. 그러면 동생들도 다같이 나와서 일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양치질을 하고 있는 효영.

▶혜원은 '막내 온 탑'

어지럽게 널려진 신발이 남자반 숙소의 현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여자반의 가장 큰 '구멍'은 의외로 시크한 이미지의 혜원이었다.

한방을 쓰고 있는 성민과 누리, 강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베개싸움을 하고 있다.

무대에선 나이답지 않게 차갑고 도도한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혜원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영락없는 중학생이라고. 가장 차이가 느껴질 때는 기상시간이다. 이들의 하루는 오전 9시께 시작된다. 가장 잠 귀가 밝은 수미가 먼저 일어나 동생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시킨다.

남자반 숙소엔 화장실이 단 하나! 볼일과 양치, 세면이 동시에 이뤄진다.

보통 새벽까지 스케줄을 소화하거나 연습을 하고나서야 숙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3~4시간. 피곤에 지친 동생들을 깨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중에서도 혜원은 유독 수미를 힘들게 한다는데. 그는 "혜원이는 깨워서 바로 일어나는 법이 없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으켜세우고 난리법석을 떨어야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일어나서도 의자에 앉아 졸곤한다"고 폭로했다.

텅빈 냉동실에서 막내 성민이 누군가 먹다 남긴 아이스크림을 꺼내고 있다.

가장 놀라운 멤버는 찬미다. 연습생 생활을 오래한데다 숙소 생활도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거의 로봇에 가까운 조건반사를 보여준다고. 수미는 "찬미는 깨우면 바로 눈을 뜨는 타입이다. 한 번은 아침에 일어나라고 깨웠는데 서둘러 일어나다가 넘어져서 얼굴부터 바닥에 부딪혔다. 모두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사실 말은 의젓하게 하지만 씨야에서 막내 노릇을 하다가 맏이가 되고보니 이것저것 힘든 일들이 많다고. 그는 "숙소 생활은 처음인데다 최초로 맏이가 되다보니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 힘들었다. 처음엔 서로 서운한 일이 있으면 삐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좋아졌다. 동생들도 처음엔 뭘 해야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했지만 이제는 다들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찾아 한다"며 웃었다.

혜원과 찬미 역시 "수미 언니가 이것저것 충고도 많이 해주고 잘 챙겨준다. 아직까지 우리끼리 싸운적은 없다. 부모님이 보고싶은 것을 제외하고는 힘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습실 까지 전력질주!' 남자 멤버들이 숙소를 박차고 나와 연습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걸그룹의 숙명, 다이어트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는 그 이름이 바로 다이어트다. 남녀공학 여자반 역시 예외가 될 순 없다. 사실 4월 숙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매니저 몰래 야식도 시켜먹곤 했단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데뷔한 뒤엔 마음편히 뭔가를 먹기가 힘들다고. 야식집 전화번호도 버린지 오래다.

효영은 "정말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5㎏ 정도를 더 빼고 싶은데 다이어트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스케줄이 있을 땐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하지만 보통은 오전 9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회사로 달려간다. 전날 새벽까지 계속된 연습과 스케줄 덕분에 피곤에 지쳐있는 상태이므로 준비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5분의 제한시간을 두고 4명의 멤버가 바쁘게 움직인다. 다행히 회사까지는 걸어서 5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때로는 머리도 감지 못한 상태로 회사에 달려가 연습실에서 샤워 및 양치 등을 해결할 때도 있다. 그리고 스케줄이 시작되면 또 밤을 꼬박 새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한다. 그러다보니 사실 식단조절을 한다거나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그래서 거실 한복판에 마련된 거실에 볶은콩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 대용품을 상비해둔다. 다이어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굶는 것으로 대신한다.

효영은 "화면에 예쁘게 나오고 싶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운동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스케줄이 시작되기 전 헬스클럽에 다닐까 고민중"이라고 귀띔했다.

★남녀공학 남자반 숙소-이것이 진정한 숙소 라이프!

▶우리도 할 말은 있다

외관부터 다르다. 진정한 숙소의 필이 모락모락 전해졌다. 여자반과는 700걸음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남자반을 찾았다.

30여평 정도의 숙소는 방3개와 화장실 1개로 구성됐다. 남자반 막내라인 성민, 누리, 강호가 한 방을 쓰고 광행과 유성은 각각 독방을 쓴다. 거실은 태운 차지다. 여자반에서 봤던 아기자기한 소품, 정리정돈된 실내 인테리어를 기대하면 안된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 간소하게 정리돼 있고 절제와 생략의 미가 살아있는, 이것이 진정한 숙소 라이프다.

숙소를 둘러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6명의 멤버가 하나의 화장실을?'. 여자반이 2개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말을 꺼내자마자 "여자애들 집은 어떤데요?"라며 흥분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남녀공학이다. 이어 하나둘씩 불만을 제기했다. 아무래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오전 시간에는 화장실 사용이 그야말로 전쟁이라고. 두 세명의 멤버가 같이 씻는 일은 물론, 정 급하면 바로 앞에 있는 PC방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한단다.

여자반과 마찬가지로 남자반의 평균 수면시간도 3~4시간. 주로 유성이 멤버들을 깨우면 필요한 세면도구 등을 챙겨 회사로 뛰어간다. 정신없는 하루가 반복되다보니 처음엔 청소, 빨래 등 당번을 정해 집안일을 했지만 이제는 손 댈 엄두도 못 낸다고. "그래도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덕분에 숙소를 한 번 방문했던 사장님이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해주셨단다.

▶막내의 반란

무적의 16세다. 남자반 여자반 모두 16세 막둥이들이 서열 1위를 점하고 있었다.

유성은 "막내가 최고다. 한 번은 내가 자고 있는데 다리를 끌어당겨서 침대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울컥해서 교육을 시키려했더니 매니저 형에게 이를 거라고 하더라"라고 폭로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평정심을 유지했던 성민. 하지만 이어지는 형들의 폭로전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사람잡는 눈웃음을 소유한 귀여운 이미지의 막내가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비밀은 바로 '씻지 않는' 습관. 최대 5일까지 씻지 않고 버텨본 적도 있단다. 여기저기서 "발냄새가 장난아니다" "옷이 아니라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등 제보가 빗발쳤다. 확 깼다. 이것이 저 순진무구한 막내의 본성이란 말인가?

광행은 "강호가 정말 버럭한 적이 있다. 잠을 자려고 하는데 성민이 발냄새가 올라와서 잠을 못자겠다고 하더라. 정말 화내면서 좀 씻고 오라고 내몰았다"고 말했다.

혈기왕성한 6명의 남자가 모여있다보니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았다. 숙소를 탈출한 것도 한 두번은 아니라고. 모처럼 큰 맘 먹고 탈출을 감행한 한 멤버는 근처 사우나에 갔다가 마침 그곳을 찾은 매니저들에게 딱 걸려 곤혹을 치루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이들의 탈출 장소는 근처 PC방, 편의점 등 모범지대이기 때문. 숙소에 도착하면 그대로 잠들기 바쁘기 때문에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찌워야 산다

여자반이 다이어트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동안 남자반은 편의점 VIP 대접을 받고 있었다. 연습이나 스케줄이 새벽까지 계속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먹을 것이 없다. 냉장고는 텅텅 빈 지 오래고 아예 밥솥조차 없다. 새벽 3~4시 정도에는 문을 연 야식집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거리도 가깝고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애용한다. 한 번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 쓰는 돈은 한 명 당 3000~4000원 정도로 많지 않다. 하지만 자주 가다보니 이제는 편의점 직원과 안면을 튼 상태란다.

특히 막내 성민은 워낙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많이 먹을 것을 독려받고 있다고. 그는 "사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통통을 넘어선 정도였다. 그런데 갈수록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라. 살은 빠지고 키는 크다보니 정말 해골이 돼가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48kg 정도 나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강호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아무리 하루 일정이 늦게 끝나더라도 새벽같이 헬스를 한다. 그는 "데뷔하기 전엔 하루에 두 타임씩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엔 시간이 없어져서 잘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측근은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오전 5시에 스케줄이 끝나더라도 꼭 운동은 한다. 한 시간 정도밖에 못자고 회사에 나오더라도 피곤한 기색조차 내지 않는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