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흥부네 8남매'

'타격왕' 이대호 선수의 대기록을 뛰어넘은 '8관왕'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가 '타격 7관왕'에 오르던 지난달 24일.

광주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김영철(45)·김은경(42) 부부의 막내딸이 태어났다.

3.2㎏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막내는 셋째도, 넷째도, 여섯째도 아닌 여덟번째 아이. '다산왕(多産王)'으로 소문난 김씨가 또한번 큼지막한 홈런을 날렸다.

광주MBC 보도제작국 영상팀에 근무하는 김씨는 아침마다 승합차를 타고 출근한다.

고등학생인 첫째부터 갓 태어난 막내까지 한꺼번에 태우려면 승용차로는 엄두도 못 낸다.

스무살 터울인 8남매는 '4남4녀'로 성(性)비가 같다.

장남 동현(18), 둘째 동천(16), 장녀 세리(14), 넷째 동건(11), 다섯째 유리(7), 여섯째 미리(6), 일곱째 동민(4), 막내 애리(1)까지.

아들은 '동'자, 딸은 '리'자 돌림이다. 여덟 손가락 모두 서운하지 않도록 배려한 부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김씨가 거주하는 서구 양동 빌라는 열 가족이 살다보니 항상 시끌벅적이다.

올봄 늘어가는 생활비를 고민하던 아내가 조금한 가게라도 열어 보려고 빌라로 이사하면서 집이 더 좁아졌다.

아랫집 이웃을 만날 때마다 늘 죄짓는 마음이 드는 것도 주택에서도 살던 때와 달라진 점이다.

열 식구가 잠자리에 들 때마다 거실은 큰방으로 변한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이층침대는 필수고, 미처 옷장에 넣지 못한 옷들은 간이수납장에 담겨 켜켜이 쌓여있다.

거실에 있는 컴퓨터 2대는 장남의 지휘에 따라 시간표 대로 운영된다.

아이들 학교가 가까운 곳으로 예닐곱 번 이사했고, 하루에도 세탁기를 2번씩 돌려야 하지만 서로를 보듬어 주는 대가족의 매력을 포기할 만큼은 아니다.

김씨는 다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실숩니다, 실수"라고 웃으면서도 "8남매 중에 여섯째로 태어나 대가족의 다복함을 잘 알고 있는데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아내를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바쁜 일상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주진 못하는데, 아이들이 밝게 자라줘서 항상 대견스럽다"며 "항상 아빠 노릇을 대신하는 장남과 임신·육아로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혹시 아홉째 계획은'이라는 마지막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김씨는 "이제는 더이상 아내를 고생시키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