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대한민국에서 '쌀집아저씨'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MBC 예능국의 김영희 PD다. 최근엔 침체된 MBC '일밤'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영희 PD는 요즘의 10대들에겐 생소하지만 20대,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라는 고유명사(?)를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마치 동네아저씨 같은 푸근하고 친숙한 인상 탓에 '쌀집아저씨'란 별명을 갖게 됐다.

1960년생인 김영희 PD는 지난 그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일밤)의 '몰래카메라'와 '양심냉장고',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 국내 TV예능에 공익성을 도입한 신선한 R기획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는 당시에도 간간히 카메라에 잡히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출연자가 아닌 제작진이, 그것도 PD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인기 프로그램을 줄줄히 배출하고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도 쌓으면서 이른바 예능계 스타 PD의 원조가 됐다. 그렇다면 오늘 날, 그의 뒤를 이을 제2의 스타 PD, 포스트 쌀집아저씨는 누가될까.

일단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김태호 PD를 들 수 있다. 김태호 PD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로 인정받는 '무도'를 연출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준하 정형돈 등 멤버들의 캐릭터를 십분 살려낸 '무도'는 김태호 PD의 걸작이다. 시트콤 '논스톱'을 거쳐 '무도'를 연출하기 시작한 그는 방송 중 자막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거나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점점 존재감을 쌓았다. 그 역시 카메라 안으로 쑥 들어와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다소 독특한 그의 스타일과 언행은 '무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결국 '무도'를 향한 팬덤이 '김태호 PD'를 향한 팬덤으로까지 확대되며 대한민국에서 김태호 PD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스타가 된 상황. 최근에는 SNS 트위터를 적극 활용, '무도'의 팬들이나 대중과 소통하며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김태호 PD 못지않게 유명한 '1박2일'의 나영석 PD도 '제 2의 쌀집아저씨' 막강 후보다.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을 연출하고 있는 나영석 PD는 '나초딩'과 같은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며 네티즌 사이 인기스타다. 지금은 유학을 떠난 이명한 PD에 이어 '1박2일' 총괄을 맡게 된 나영석 PD는 프로그램 특성상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김종민 등 멤버들과 얽히고설키는 장면들을 연출하며 재미를 더한다. 김영희 PD나 김태호 PD 역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나영석 PD의 제스처나 역할은 더욱 적극적이고 지대하다.

멤버들 중 리더인 강호동과 제작진 중 우두머리 나영석 PD간의 신경전은 물론 출연자 VS 제작진의 복불복 대결까지 확대되며 '1박2일' 고유의 포맷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그 역시 김영희 PD와 마찬가지로 옆집 오빠, 막내 삼촌 같은 수더분한 외모를 지녀 시청자들에게 친숙함을 준다는 강점이 있다. 또 때로는 농담을 던지거나 심하게 망가지고, 고생을 도맡는 모습들이 비춰지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예능 PD다운 끼를 발산,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PD도 스타가 되는 세상,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작금의 현실에서야 가능해진 얘기다. 드라마PD들 중에도 거장이나 스타 PD들이 많지만 이들은 카메라 앞에 나서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모든 게 '리얼'인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출연자 뿐 아니라 PD나 작가, 제작진의 투입이 조금은 자유롭고 가끔은 필요하기도 한 상황이 된 것. 이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기억되며 시청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제2의 쌀집아저씨'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issue@osen.co.kr
위, 김태호-나영석 PD/아래, 김영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