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매장이 국내에 속속 등장하던 10여년 전. 한 명품 매장을 운동복 차림으로 찾은 고객이 직원의 홀대를 받았다. 다음 날 그 고객은 정장을 입고 같은 매장으로 가서 수천만원어치 물건을 산 다음, 매장 직원에게 크게 항의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웬만해선 고객의 옷차림으로 접대를 달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 매장에 들어서기조차 겁이 난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루이뷔통은 2~3년 전부터 모든 매장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친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격조 있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위해서'라는 게 업체의 주장. 매장 입구는 소문난 칼국수 집 앞의 회사원 행렬처럼 혼잡하다.
샤넬 등에서는 일부 명품 매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여러 개 사면, 몇 가지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개인이라면 신분증과 선물 받을 사람들의 신상을 적어야 하고, 구매자가 회사라면 회사 공문을 제시해야 한다. '보따리장수'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짝퉁'방지를 위해 같은 제품을 한 번에 3개 이상 못 사게 제한하는 브랜드도 있다. 여전히 '콧대'로 승부하는 메이커들이다.
물론 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있다. 실내장식이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는 의견에 따라 샤넬은 매장에 마네킹을 설치했다. 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활동적이고 때로는 누워 있기도 한다. 샤넬은 이 마네킹의 얼굴을 창업자인 코코 샤넬의 오랜 친구이자 '뮤즈'였던 미시아 세르트(Misia Sert)의 얼굴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제품에 가격도 표기했다. 직원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부담감을 줄이고, 매장에 친근함을 느끼게 하려는 장치란다.
명품업체들은 '미스터리 쇼퍼(손님으로 가장한 서비스 감시원)'를 이용해 매장별 서비스를 감독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원만 감시당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 구매 트렌드 보고'라는 명목으로 매일 각 매장에서 보고서를 받는 업체도 있다. 현장에서 발생한 소비자의 불만을 현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항의한 고객의 옷차림이나 각종 정보 또한 보고서에 기재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아웃렛에서는 아무리 비싼 제품을 사더라도, 서비스를 기대해선 안 될 것 같다.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있는 Y매장에서는 20만원짜리 면 티셔츠를 구매 전에는 입어볼 수 없다. 교환·환불도 안 된다. '복불복'으로 물건을 사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