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하루 이틀 정도 지나면 도로가의 하수구에서 냄새가 많이 올라 옵니다. 이럴 때는 손님 모시는 장소도 참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가끔 저도 모르게 하수구 입구에 택시 문이 딱 맞도록 멈출 때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승객이 택시를 타면 마치 누군가 꼭 방귀를 뀐 것처럼 냄새가 풀풀 납니다. 이 때부터 택시운전사와 승객간의 말 못할 의심이 생겨납니다. 냄새는 최소한 3~5분 정도 유지됩니다. 차가 신호대기에 걸려 달리지 못하면 기사와 승객 간의 말 못할 고통은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택시 초보시절에는 저도 하수구 문제 파악이 덜 돼서 승객을 오해한 적도 많았습니다. ㅋㅋ
또 다른 오해의 순간은 분뇨처리장을 지날 때입니다. 서울 장안동과 수서~분당간 도로에서 분당 방향으로 가다가 성남에 진입하기 직전에 주로 이런 일이 생깁니다. 가끔 아주 가~아~끔 승객이 저에게 직접 묻기도 합니다.
"기사님이 방귀 뀌셨어요?" "아뇨!" "저도 방귀 안 뀌었는데 왜 이렇게 냄새가 나죠? 지금 은행이 길거리에 떨어질 때도 아니라 은행 밟고 택시 탈 일도 없는데요." "…."
때문에 저는 서로 말 못 할 오해의 지점을 지날 때는 가급적 외부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내부공기 순환모드로 돌려 놓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를 깜박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내부 공기청정기를 최대한으로 가동해서 상호간 말 못 할 상황을 빨리 종료시키려 애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진짜 방귀를 뀌었을 경우 어떻게 냄새가 차 안에 퍼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바람의 역학관계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가지만 소개하면 창문이 모두 닫혀 있을 때 부득이 생리현상을 해결하셨다면, 자신과 가까운 쪽 창문을 10cm만 여십시오. 창문을 절대 다 열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창문을 모두 내릴 때 보다 최소한 10배는 효과가 더 있을 것입니다.
손님 징그럽게 없는 시간대에 손님이 나올만한 장소가 하필이면 하수구 입구일 때 저는 참 괴롭습니다. 종종 이 자리가 손님 태우는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한 채 그 자리를 떠날 때도 있습니다. 하루빨리 길가의 모든 하수구가 물고임 구조처럼 악취가 나지 않는 형태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추신 : 시내의 작은 개인병원에 소변을 보기위해 잠시 들렸는데, 병원 내부에 하수구 냄새가 은은하게 진동하고 있더군요. 알아봤더니 공용화장실을 없애고 환자 방마다 화장실을 설치하고 나서 냄새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공용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하수구 출입구에 고여있던 물이 말라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여기에 물만 살짝 부어주면 절대 냄새가 올라올 수 없는데, 냄새가 올라온다고 하수구 입구를 테이프로 막고 화장실 출입구를 봉쇄하고 테이프로 또 막고 하고 있더군요. 참고로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나시는 분들은 평소에 작은 물병을 가지고 다니시면서 입 안이 마르지 않도록 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 이선주는 누구?
이선주(47)씨는 23년 경력의 택시기사다. 2008년 5월부터 차 안에 소형 카메라와 무선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동영상 사이트인 ‘아프리카(afreeca.com/eqtaxi)’에 ‘감성택시’란 이름으로 실시간 생방송하고 있다. 택시 뒷좌석에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카피씨(Car-PC)를 설치해 무료로 승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미 ABC 방송, YTN, SBS 등에 소개된 바 있다. 1999년에는 교통체계에 대한 정책제안 등의 공로로 정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조선닷컴에서 ‘eqtaxi’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다. ‘만만한게 택시운전이라고요?(1998)’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배꼽잡고(1999)’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