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원로 헌법학자 한태연(韓泰淵·94)씨가 지난달 20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16년 함남 영흥생으로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 1949~1963년 서울대·동국대·한양대 교수를 지낸 '1세대 헌법학자'이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공화당)으로 정계에 입문, 유정회 소속으로 9·10대 의원을 지냈다.

그는 1972년 유신헌법 제정 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독재를 정당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한국헌법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박정희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이라며 유신헌법 초안이 적힌 메모를 건네주며 법무부를 도우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미 법무부가 초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자구(字句) 수정만 해줬다"고 경위를 밝혔다.

한국헌법학회 회장·고문을 맡았으며, 대한일보 논설위원·서울신문 주필을 역임하며 언론계에도 몸담았다. 장례는 유언에 따라 사흘 뒤 가족장으로 치러졌고, 장지는 서울 절두산성지 내 천주교 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