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적화(赤化) 통일'을 표방한 대목을 거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이 문제가 거론되자 "당 대회를 소집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개정하지 않았다.
2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개정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은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 개정된 북한 노동당 규약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이라는 부분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만 뺀 것이다.
그간 이 문구는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이 국방백서의 '북한=주적' 표현 삭제와 국가보안법 폐기를 요구할 때마다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 부분을 폐기하라고 요구해 왔다.
북한은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규약의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사회 건설'을 삭제하는 등 당규 일부를 개정했다.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것은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만이다.
개정 당규약 서문에는 당의 '최종목적'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 건설'에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뀌었다.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라는 대목이 빠지고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이라는 새로운 문구가 들어갔다.
이번 개정 서문은 조선노동당을 "김정일 동지를 중심으로,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히 결합한 노동계급과 근로 인민 대중의 핵심부대이자 전위부대"라고 새롭게 규정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관한 내용을 처음으로 반영했다. '선군정치'라는 용어도 새로 들어갔다. 또한 북한은 당의 당면 목적도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