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후두기에는 50~60년 전에 개발된 원리가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어요. 그동안 관련 기술은 발달했지만 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별로 없었어요. 인공후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수익을 내기 어렵거든요.”

1인기업 ‘한샘뭇씀’ 대표 민경국(33)씨는 최근 후두암 환자들이 목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목 부분에 있는 후두(喉頭)는 성대를 포함한 발성기관이다. 후두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후두를 적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후두를 적출하면 말을 하기 어렵다. 인공 후두를 쓰거나 식도로 소리를 내는 방법이 있지만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기존의 인공후두기는 로봇의 기계음과 같은 소리를 낸다.

민씨는 자신이 개발한 앱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낸다는 뜻에서 ‘나목(나의 목소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목’ 앱은 치아교정기처럼 윗니에 끼우는 ‘박막 스피커’와 함께 사용한다. 사용자가 말을 하면 스마트폰이 스피커의 떨림을 무선으로 감지해서, 크기와 높이 등을 조절해 목소리를 내는 원리다.

민경국씨는 1인기업 '한샘뭇씀'을 차려 후두암 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민씨는 중소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러던 중 누구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는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흥미를 느껴 지난 2008년 1인기업을 차려 앱 개발을 시작했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민씨가 처음 개발한 프로그램은 ‘사물놀이’ 앱이었다. 화면을 누르면 사물놀이 악기의 소리를 재생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등록한 이 앱은 TV에도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방송을 본 후두암 환자가 민씨를 직접 찾아왔다.

“후두암 환자와 얘기해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 분이 인공후두기 제조사에 ‘목소리 강약이라도 조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10년 넘게 건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대요.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저를 찾아오셨겠어요.”

환자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민씨는 인공후두기 앱 개발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꿈씨프로젝트’에도 선정됐다. 본격적으로 인공후두기 개발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나목’이 완성됐다.

“기존 후두기의 기계음은 부자연스럽고 불편했어요. 그나마 여성 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는 아예 없더군요.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도 낼 수 있고 상황에 맞는 음색을 갖추도록 했죠. 물론 목소리의 강약 조절도 가능합니다. 수술 전 자신의 목소리를 나목에 등록하면 나중에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민씨는 다음달에 ‘나목’ 앱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목용 스피커를 양산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민씨는 “사회공익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아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싼 스마트폰말고 일반 휴대전화에도 나목을 탑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