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를 창시한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

음악으로 베네수엘라 빈민촌을 탈바꿈시킨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 박사가 서울평화상을 받는다. 엘 시스테마는 빈민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시켜 범죄와 마약의 유혹에서 구출하는 데 목적을 둔 프로그램이다.

서울평화상위원회는 27일 "엘 시스테마를 통해 빈곤층 청소년 교육에 헌신한 베네수엘라의 지휘자, 작곡가이자 경제학자인 아브레우 박사를 제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인 아브레우 박사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다음 달 27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1939년 베네수엘라 트루히요에서 태어난 아브레우 박사는 작곡가를 거쳐 지휘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석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로는 정부의 경제관련 부서에서 주요 직책을 맡기도 했다.

그가 빈곤층 사회운동을 시작한 때는 36세가 되던 1975년이다. 아브레우는 빈부차가 극심한 베네수엘라에서 고통받는 빈곤층 아이들을 위해 '엘 시스테마'라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해 정부에 제안해 지원을 받아냈다.

아브레우 박사는 엘 시스테마를 통해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책임과 의무, 배려 등의 가치를 익히게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들도 빈곤으로 인한 무질서와 범죄에서 벗어나는 등 엘 시스테마는 사회복지와 개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지난 35년간 엘 시스테마에 참가한 베네수엘라 청소년들은 30만여명에 달한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마멜 등 걸출한 음악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엘 시스테마를 다룬 다큐멘터리 '연주하고 싸워라'는 2004년 한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선정됐다.

베네수엘라 전역 200여개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엘 시스테마는 멕시코를 포함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로 전파돼 음악을 통한 청소년 교육, 나아가 사회 개혁에 기여하고 있다.

제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아브레우 박사는 서울평화상위원회를 통해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주려고 했던 노력이 서울평화상위원회에 의해 인정받은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격년제로 시상하는 서울평화상은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첫 수상한 이후 국경없는 의사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수전 솔티 미국 디펜스포럼 회장 등이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