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신민아 (사진출처: 이승기 트위터)

'구미호 앓이'가 무서운 속도로 펴져 나가고 있다. 톡톡 튀는 대사들은 유행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연인들 사이에선 '구미호(신민아)-차대웅(이승기)' 커플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오는 30일 종영되는 SBS 수목극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는 14회(23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9.2%(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홍자매'로 불리는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아기자기한 글 솜씨가 '제빵왕 김탁구'의 종영과 함께 빛을 본 것이다. '여친구'는 이제 2회 방송 분량만을 남겨놓고 있다. 극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동주 선생(노민우)의 정체와 미호-대웅 커플의 운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종영과 함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여친구'의 인기 바람, 그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신민아로 빙의한 여성들, 그런 여성들이 부담스러운 남성들

유행어는 드라마의 꽃이다. '여친구' 역시 주옥같은 유행어를 남겼고, 삽시간에 사람들을 중독 시켰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미호의 대사가 화제다.

극 중 '소고기 킬러'로 나오는 미호는 자신과 동주 선생의 사이를 의심하는 대웅에게 "동주 선생이 그냥 고기라면, 대웅이 너는 소고기야. 제일 좋은 한우고기"라는 명대사를 남겼는데, 이는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또 "맑은 날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것은 내가 울기 때문이야" "우리 짝짓기나 하자" "나 소 사줘!" "나 너무 좋아서 꼬리가 튀어나올 것 같아" 등의 대사 역시 인기다. 여기에 사이다를 귀여운 어감인 '뽀글이'이라고 명명한 '여친구'의 애교 멘트는 연인들의 필수 대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신민아로 '빙의'를 시도하는 여성 시청자들과 달리, 남성 시청자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큰 웃음을 주고 있다. 극 초반 '저렇게 고기만 사주면 되는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며 신민아에 열광하던 남성팬들이 이젠 주위 여성들의 신민아 따라잡기에 곤혹스러워하는 것. 한 네티즌(ID sjin53)은 "요즘 툭하면 여자친구가 구미호 흉내를 내는데 정말 부담스럽다"며 "신민아니까 애교 멘트들이 귀여운 거지, 여자친구가 하니까 솔직히 봐주기 힘들었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놨고, 또 다른 네티즌(ID er00)은 "'개그콘서트-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구미호로 변신한 우리 여성들을 꼬집어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려 '여친구'의 파장을 실감케 했다.

▶동주 선생의 정체와 미호-대웅의 결말은?

'여친구'가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를 사로잡으며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는 데는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미스터리적 요소들이 한몫하고 있다. 동주 선생 등 신비한 캐릭터가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특히 극 초반 등장했던 길달과 동주 선생의 과거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등장했던 길달과 비형랑을 연상케 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비형은 신라 진지왕의 혼령과 인간인 도화랑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요'. 그는 귀신을 부리는 능력을 인정받아 진평왕 밑에서 일하다 귀신인 길달을 요직에 추천한다. 하지만 길달이 여우로 변해서 달아나자 이를 잡아 죽인다. '여친구'에도 길달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차용됐고, '반인반요'인 동주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는 부분이 설화와 일치한다.

이에 대해 '여친구'의 제작사 관계자는 "동주 캐릭터를 잡을 때 '삼국유사' 설화를 모티프로 한 것은 맞다"며 "설화 속 비현랑의 캐릭터에 극적 멜로를 덧입혀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각색했다. 동주는 미호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해내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결말 부분에는 동주의 사랑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든 매듭짓게 된다"고 밝혔다.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미호-대웅의 결말에 대해서는 "동주의 아픈 사랑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예상치 못한 엔딩이 그려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