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지역별로 하루 최고 293㎜(서울 강남·강서구)가 쏟아진 기습 폭우로 서울 도심을 포함해 수도권 곳곳의 배수(排水)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수도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 일대는 물바다가 됐고, 화곡동·신월동 등 저지대 수천 가구가 침수됐다. 지난 8월 말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이날 오후 3시쯤 인문사회과학 코너 서가(書架)가 있는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서가의 책을 빼내고 5~6시간 동안 물기제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23일 "시내 주요 하수관과 빗물 펌프장은 1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호우에 대비해 시간당 75㎜를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번에 광화문 및 강서 지역에 10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별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서울 도심의 빗물 배출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규홍 중앙대 교수는 "서울은 인구 집중도나 수도라는 중요성 등을 감안해 하수 시설 용량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지난 2001년 7월 시간당 90㎜의 비가 쏟아져 내려 광화문 일대가 큰 침수 피해를 보는 등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의 경우, 대부분의 하수 및 빗물이 인왕산 아래에서 발원하는 백운동천과 삼청공원 인근에서 시작되는 중학천을 통해 청계천 시점부에서 합류해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폭우 시 언제든지 물난리를 겪을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강서구와 양천구 등지의 빗물 펌프장 41곳의 용량을 늘리고, 지하 저류조 8개를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서울시 9319가구, 인천시 3024가구, 경기도 3095가구 등 총 1만5477가구가 물에 잠기고 낙뢰로 2706가구가 정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