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기 명품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에 사는 방모(49)씨는 2000년 동네 목욕탕에서 이웃인 이모(52)씨를 처음 만나 자신을 "일본 고베에서 중장비회사를 경영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전 재산을 상속받게 된 일본 국적의 재력가"라고 소개했다. 이후 방씨는 이씨를 수시로 만나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05년 5월 방씨는 “일본에서 동업하면 회사 지분의 35%를 주겠다”며 이씨에게 일본 국적 신청 비용 등으로 4억원을 요구해 받는 등 이후 수년간 23차례에 걸쳐 13억원을 받아챙겼다. 이후 방씨는 자신을 철석같이 믿게 된 이씨와 함께 “일본에서 28억원 상당의 수표가 들어오면 한방에 보상하겠다”며 주부 6명에게 접근, 20여 차례에 걸쳐 3억8000여만원을 받아챙겼다. 최근엔 부산의 박모(54)씨를 만나 대법원장과 잘 안다고 속여 구속된 아들 석방 조건으로 3억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방씨의 이런 사기를 먹혀들게 한 1등 공신은 명품. 방씨는 사기 행각으로 챙긴 돈으로 BMW 승용차를 사 타고 다니고 울산 유명 백화점들에서 까르띠에·루이뷔통 등 최고급 명품을 사서 치장했다. 고급 외제 승용차에 명품 의류와 액세서리 등으로 인해 ‘재력가’라는 걸 의심받지 않았던 것이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방씨가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연간 5000만원 이상 매출 실적을 올리면 부여되는 VIP 고객 중 가장 많은 명품을 구입해 백화점이나 명품업계에서 유명한 큰손이었다고 말했다. 4년간 14억원어치의 명품을 쇼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박씨 신고로 방씨는 수년간 계속해온 사기행각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방씨는 “쇼핑을 좋아해 매달 3000만원 이상 카드값이 나왔고 결제대금을 돌려막다 보니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방씨에게 수년간 거액의 사기를 당한 이씨는 방씨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기극임이 밝혀지자 바닥에 주저앉아 현실을 받아들였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로 16일 방씨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