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 아마추어 복싱이 국제무대에서 퇴출됐다는데…

조선일보 9월 14일자 A31면에서 한국 아마추어 복싱이 국제무대에서 퇴출당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표팀이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 서초구 독자 이상헌씨

A: 국제아마복싱협회 회장선거의 파벌 다툼 여파로 회원국 제명당해

지난 13일 AIBA(국제아마추어복싱협회)가 우칭궈 회장 명의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KABF(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이번 사태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아마 복싱계에서 '제명'을 당한 이 사건의 배경에는 AIBA 회장 선거의 파벌 다툼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발단은 2006년 AIBA 회장 선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회장 자리를 놓고 우칭궈 대만 IOC 위원과 20년 넘게 아마추어 복싱계를 주름잡던 파키스탄의 안와르 초드리가 맞붙었습니다. 그 선거에서 당시 유재준 KABF 전무는 초드리 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선 우칭궈가 당선됐습니다. 그러다 작년 1월 유 전무가 KABF 회장이 되자 우칭궈의 '보복'이 시작됐다는 것이 아마추어 복싱계의 설명입니다.

AIBA는 작년 5월 아르메니아 세계주니어복싱선수권대회 때 "무자격 팀 닥터를 보냈다"며 유 회장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어 6월엔 한국 선수들의 아시아 선수권 대회 출전이 금지됐습니다. 9월엔 이탈리아 세계 선수권 대회<사진>도 AIBA의 반대 탓에 힘겹게 출전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 회장은 작년 12월 KABF 회장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AIBA는 계속 압박 수위를 높여 왔고, '회원국 제명' 카드까지 꺼낸 것입니다. 이는 올해 11월에 있을 AIBA 회장 선거와도 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재선을 노리는 우칭궈가 KABF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체육계가 적절한 대응을 못 한 것도 문제란 지적이 있습니다. '회원국 제명'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한체육회가 산하단체의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KABF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기존 집행부를 해산했습니다. 체육회는 AIBA측과 협의해 한국 복싱 선수단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