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어(語) 초기 불전(佛典)은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담은 불교의 뿌리입니다. 나무가 뿌리를 거부하면 살아남을 수 없듯이 2600년간 전개되어 온 불교의 뿌리를 모르면 시대의 외면을 받게 될 것입니다."

팔리어 초기 불교 경전의 번역에 이어 해설서를 낸 각묵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53) 스님이 초기 불전에 담긴 불교의 이론체계(교학)와 실천체계(수행)를 해설한 '초기 불교 이해'(초기불전연구원)를 출간했다. 초기 불전은 부처님 사후 제자들이 구전(口傳)으로 전하던 가르침을 기원전 1세기경 인도 중부지역 언어인 팔리어로 결집한 경전을 말한다.

각묵 스님은 지난 2005년부터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50) 스님과 함께 '디가 니까야(길게 설하신 경)' '앙굿따라 니까야(숫자별로 모은 경)' '상윳따 니까야(주제별로 모은 경)' 등 팔리어 초기 불전을 번역하고 있다. 지금까지 24권을 번역했고 2020년까지 60권으로 초기 불전을 완역할 계획이다.

이번에 낸 책은 그동안 번역에 전념하던 각묵 스님이 초기 불교에 대해 쓴 첫 저술이다. 초기 불교의 기본 주제, 교학, 수행, 주요 술어 등 네 부분으로 나눠 상세히 설명했다.

각묵 스님은 책에서 초기 불교의 핵심을 '해체해서 보기'라고 했다. '나라는 개념적 존재는 5온(蘊)으로 해체해서 보고, 일체 존재는 12처(處)로 해체해서 보고, 세계는 18계(界)로 해체해서 보고, 생사문제는 12연기(緣起)로 해체해서 보게 되면 온·처·계·연 등으로 해체해서 설해지는 모든 존재의 무상(無相)·고(苦)·무아(無我)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27쪽) 머리카락은 여인이라는 전체상에 묶여 있을 때 애욕(愛慾)을 일으키지만 땅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듯이 머리카락을 단지 머리카락으로 해체해서 보면 애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대 수학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1979년 출가한 각묵 스님은 1989년부터 10년간 인도 푸나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공부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초기 불전 연구자로 꼽히는 그는 "초기 불전의 매개 언어인 팔리어는 한글과 비슷한 언어체계로 문법구조가 정확해 한문 경전과는 달리 문장을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할 소지가 적다"고 했다. 그는 "인도는 지금도 구전(口傳)의 전통이 강하다"며 "초기 불전이 부처님이 입적하시고 몇 백년 뒤에 결집된 것이어서 부처님 말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은 인도의 전통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각묵 스님은 "불교의 뿌리인 초기 불교는 가지인 대승불교를 거부하지 않는다"면서 "뿌리를 통해서 자양분을 흡수할 때 진정한 대승불교, 올바른 한국 불교가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