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풍 등의 영향으로 외벽단열재(드라이비트) 붕괴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건축시공 업계에선 외벽단열재 공사가 건물 높이와 무관하다는 의견과 바람, 습기 등의 외부 영향으로 고층 건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 시공법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외부단열재 공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에 건물 외벽 붕괴 잇따라

8일 경찰, 소방서 등에 따르면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2일 수도권 지역에서만 건물 50여 채가 붕괴되거나 파손됐다.

특히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H 대형마트의 경우 전면 외벽단열재가 비바람에 날려 건물 앞 인도와 6차선 도로 위로 떨어졌다. 다행히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새벽시간이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서울 강남구 삼성동 G 레지던스 건물은 이번 태풍에 측면 외벽단열재의 3분의 2 가량이 파손됐다. 이 건물은 준공된 지 5년도 안된 15층짜리 건물이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5층 규모의 L 웨딩홀 역시 측면 외벽 단열재의 3분의 1 가량이 파손돼 길가 전신주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보행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드라이비트 공법…가격 대비 효율 높지만 유지보수 약점

외벽단열재 공사는 콘크리트나 벽돌 같은 건물 외벽 위에 단열재와 접착제, 유리망섬유, 마감재 등을 덧붙여 건물의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공이다. 업계에서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불리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시공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공법을 사용해 외벽을 마감할 경우 1㎡ 당 평균 3만 원 정도가 들지만, 석재를 이용할 경우에는 같은 면적당 평균 9만 원 정도의 시공비가 든다.

공사기간도 드라이비트 공법의 경우 시공하는 데 평균 2~3일이면 족하지만, 석재 공법은 10일 안팎이 소요된다.

그러나 드라이비트 공법은 석재 마감 같은 다른 시공법보다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이 E.P.S단열판(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하다보니, 강한 비바람 등의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

인덕대학 건축과 지석원 교수는 "단열재 소재가 가볍다 보니, 여러 형태의 외벽 선택이 가능하다"면서도 "돌만 던져도 그 부분이 쉽게 파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비트 시공법, 고층 건물 적용 '괜찮다 vs 무리다'

미국에서 개발된 드라이비트 공법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한 건설전문 업체는 잇따른 외벽단열재 붕괴 사고에 대해 '부실시공'과 '시공 업체의 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처음 시공한 건물은 외벽이 20년 넘도록 멀쩡하다”며 “붕괴 사고가 일어난 외벽들은 드라이비트 공법을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업계와 정부 당국이 협조해서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일정한 시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강재식 박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40~50층에 이르는 카지노 건물들도 드라이비트 공법을 이용해 외벽을 시공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미국인들이 사막에 있는 건물에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와는 반대로 드라이비트 공법을 고층 건물에 시공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드라이비트 시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일 경우 바람 등의 외부 영향으로 시공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건축 관련 대학의 한 교수는 “저층 건축물에는 드라이비트 공법 시공이 크게 상관없다”면서도 “고층 건물에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건축 엔지니어의 양심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서는 9살 된 여자아이가 20층에서 떨어진 외벽단열재 조각에 깔려 발가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정부 당국 "시공법 기준안 마련은 힘들다"

정부 당국은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시공 기준안 마련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정 시공법을 감독하는 것은 공공차원의 관리 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는 "개별 공법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관여할 수 없다"면서 "특정 공법에 대해 기준안을 적용할 경우 해당 시공업체들의 재량에 간섭하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드라이비트 공법을 놓고 적용 건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부 당국의 입장도 애매모호해 거리의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 크로스미디어리포트란? -조선미디어그룹의 생생한 뉴스를 신문과 인터넷, 방송으로까지 전해드립니다. 조선닷컴과 비즈니스앤TV가 함께 만드는 크로스미디어리포트에는 '맛있는 공부', '더 나은 미래', '골프조선', '이코노미plus' 등 대표 섹션과 계열 매거진들이 참여합니다. 새롭게 시도하는 미디어 융합서비스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 NO.1 비즈니스 채널 비즈니스앤TV (http://www.businesstv.co.kr/)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