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등 혐의로 투석(投石) 처형될 위기에 처해 있는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Ashtiani·43)에 대해 이번엔 채찍질(lash)을 99번 하는 형벌이 집행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이 6일 보도했다. 아시티아니의 변호사 자비드 키안은 "아시티아니와 함께 북부 타브리즈의 교도소에 갇혔다가 최근 풀려난 한 여성으로부터 '99차례 채찍형' 집행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란 출신 망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보통 형 집행자들은 여성 죄수들을 옷을 입은 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가죽 채찍으로 때리는데, 이때 채찍을 물에 적셔 고통을 배가시킨다. 아시티아니가 채찍형을 당하는 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지난달 28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실린 사진 한 장이었다.
이 신문은 '이란이 돌로 쳐 죽이려는 여성의 진짜 얼굴 공개'라는 제목으로 히자브(무슬림 여성의 머릿수건)를 쓰지 않은 한 여성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 속 여성은 드러낸 귀에 귀고리를 달고 분홍빛 립스틱까지 바르고 있었다.
5일 뒤, 사진 속 여성은 스웨덴에 사는 이란 출신 여성 인권운동가 수잔 헤즈라트(Hejrat·48)로 확인됐다. 더타임스는 "혼동이 있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수개월간 세계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에도 꿈쩍 않던 이란 사법부가 이번엔 민첩하게 반응했다. 이미 가짜로 판명 난 사진을 증거 삼아 '외설(indecency)'죄를 적용해 채찍형을 집행한 것이다.
한편 AP통신은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주에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끝나면서 언제든 아시티아니의 사형이 집행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구명(救命) 요청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7일 "그녀를 구하기 위해 뭐든 하겠다. 테헤란에 가야 한다면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7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살인 사건이 정치나 인권 문제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입력 2010.09.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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