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면, '대마불사(too- big-to-fail problem)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사라진 지 약 2년이 되는 지난 2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가 주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냥 망하도록 방치하기에는 너무 크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문구는 지난 금융위기에 미국 정부가 몰락 위기에 처한 대형 금융회사, 자동차회사 등에 구제금융(bail-out)을 제공했던 관행을 일컫는다. 2008년에 대마불사는 뉴욕타임즈(NYT)가 선정한 '올해 가장 많이 애용된 영어 구절' 중 하나로 뽑혔고 '구제금융'은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선정한 '올해 미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선정됐었다.

대마불사 문제는 정치적으로 구제금융 비용에 대한 논란과 자금 회수 가능성에 집중된다. 경제적으로는 탐욕스럽게 위험을 짊어지면서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고 납세자의 돈으로 연명할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 논쟁을 야기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8년 11월에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라는 구제금융 기금을 설립하고 우선주 매입 등의 방법을 통해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들의 자본을 확충해줬다. 미국 정부는 회생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리먼은 버렸지만 몸집이 워낙 클 뿐 아니라 주요 은행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AIG는 살릴 수 밖에 없다고 결정했다. 당시 AIG와 씨티그룹에는 각각 1800억달러와 450억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과연 이같은 대규모의 공적 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의구심의 대상이었다. 일단 급한 불을 끄는데 납세자의 돈을 쓰기는 했지만, 금융회사들이 워낙 부실해진 탓에 원금을 회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다. 또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손을 벌리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예상보다 빨리 정부 돈을 갚았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투자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키프 브루에트 앤 우즈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TARP는 연 10.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부에 공적 자금을 100억달러어치를 조기 상환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각각 약 20%와 16%로 나타났다. 미 재무부가 최대 주주인 씨티그룹의 경우 재무부는 TARP를 통해 확보한 씨티 지분을 지난 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매각, 총 105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규모의 정부 돈이 투입된 AIG는 지난달 초 "올해 내 구제금융을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대마불사는 시장 논리에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적은 비용'으로 위기를 무마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아데어 터너 영국 재정청장은 지난 2일 '프로젝트 신티게이트'의 기고에서 "구제금융 비용은 각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국가 GDP의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금융위기를 뒤돌아볼 때 (미래를 위한) 이 비용은 작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 금융회사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기간에 대규모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점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제금융 받은 대형 회사들의 보상금 지급 상황을 조사한 케네스 파인버그 특별조사관의 지난 7월23일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대형 금융회사들은 총 20억3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골드만삭스, JP모간, AIG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