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이 기억하는 대성불패 구대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구대성의 은퇴경기가 펼쳐진 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선 감독은 "국가대표 투수 중 가장 공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하며 대스타의 은퇴를 축하했다.
"일본에 있을 때 경기에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따로 식사는 자주 했었다"는 선 감독은 "아무래도 국가대표팀에 함께 있을 때 추억이 가장 많다"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선 감독은 "지금와서야 하는 얘기지만 만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 대회 준결승에서 구대성의 몸상태가 좋았다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다. 그런데 예선을 거치면서 구대성이 공을 너무 많이 던져 담이 오는 등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미 일본킬러로 자리매김한 구대성이 건재했다면 WBC 1회대회 4강 일본전에서 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시드니올림픽 때도 그랬다. 한일전에서 130개 이상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대단했다"고 말했다. 구대성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3, 4위전에서 일본타선을 단 1점으로 틀어막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 완투승으로 구대성은 일본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오릭스에 입단했다.
시드니 얘기가 나오자 선 감독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며 무릎을 쳤다. "당시 내가 전력분석원으로 참가했었고, 김인식 감독님이 투수코치셨다. 내가 무전기를 가지고 본부석에 앉아있는데 김 감독님이 무전으로 '바꿔야 돼 말아야 돼?'라고 물으시더라"며 껄껄 웃은 선 감독은 "실제로 경기 후반 구속이 4㎞ 가까이 저하되는 등 힘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는 구대성이 가장 강력했다. 결국 완투승을 이끌어내더라"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전력분석팀도 해봤고 코치도 해봤지만 내 입장에서는 구대성이 역대 대표팀 투수들 중 가장 공로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후배의 뒷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 대전=노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