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은 1일 “KBS와 출연료 미지급에 대해 합의함에 따라 KBS 드라마 촬영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조는 그러나 “MBC와 SBS에서 방송되는 외주 드라마는 기존 방침대로 이날을 기해 촬영을 전면 거부한다”고 재확인했다. 한예조는 소속 연기자들에 대한 출연료 미지급에 반발해 1일부터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 촬영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 직전 KBS가 드라마 관련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급을 보증하고 출연료 문제를 포함한 외주제작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KBS와는 모든 문제가 해소돼 앞으로 KBS 드라마 촬영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제빵왕 김탁구' 등 KBS 드라마는 정상적으로 방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와 SBS의 외주 드라마는 미지급 출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미지급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예정대로 무기한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협상 창구를 열어 놓고 조속히 해결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예조가 촬영 거부를 선언한 드라마는 총 10편이다. MBC가 '동이', '장난스런 키스', '글로리아', '김수로' 등 4편, SBS가 '여자를 몰라', '나는 전설이다', '자이언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이웃집 웬수', '인생은 아름다워' 등 6편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방송사들이 제작비가 많이 들고 광고판매가 잘 되는 드라마나 쇼 위주로 외주를 발주하기 때문에 불균형이 생긴다"며 "방송법상 외주제작비율만 정해져 있고 드라마, 쇼 등 파트별로는 구분이 돼 있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실제 방송사의 제작단가 인상도 필요하다"며 "미니시리즈의 평균 제작단가가 2억원인데 방송사의 평균 제작단가는 9000만~1억3000만원으로 실제 제작비의 50~60% 이하이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조가 자체 파악한 7월말 현재 방송 3사의 외주제작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액은 총 43억6800여만원이다. 한예조는 이날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원인은 방송사에 있다"며 "방송사는 검증되지 않은 부실제작사에 제작을 맡겨 터무니없는 제작비를 지불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사들은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임금체불에 관해 법적인 책임을 떠나 발주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예조의 촬영거부 방침에 대한 연기자들의 실제 참여율과 관련해 김응석 위원장은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강제적으로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며 "내일 현장에 나가봐야 참가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예조는 "모 방송사에서 연기자들에게 촬영을 거부하면 대본에서 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