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4번째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이탈리아의 젊은 여성을 모아놓고 이슬람에 대해 강연을 한 것을 두고 현지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9일 로마의 주이탈리아 리비아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 강연에는 약 200여명의 젊은 여성이 참석해 카다피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카다피는 참석자들에게 코란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강연 후 3명의 여성이 즉석에서 이슬람으로 개종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페미니스트로 자처하는 카다피가 이탈리아 여성들을 상대로 이러한 행사를 가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이탈리아의 한 모델 에이전시가 참가비를 받고 참가자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가 이 강연에서 "하나의 신앙을 가져야 한다면 이슬람을 믿어라", "이슬람이 유럽의 궁극적 종교가 돼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다른 참석자들은 카다피가 개종을 촉구했으며 기독교를 중요하지 않은 종교로 묵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야당은 지난 29일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이 놀림감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 소속의 포티토 살라토 의원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리비아 수도에서 성경을 나눠주고 카톨릭으로 개종을 하라고 한다면 환영받았을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지안 프랑코 피니 하원의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 정치단체는 "이탈리아가 카다피의 디즈니랜드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사면위원회 이탈리아 지부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30일 열린 카다피와의 공식 만찬에서 리비아의 인권 상황에 대해 질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카다피의 이번 이탈리아 방문은 이탈리아가 1911년부터 1943년까지 30년간 리비아를 점령한 데 따른 보상금으로 리비아에 5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우호조약 2주년을 기념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