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39)은 아이언맨(Ironman)이다. 영화 속 아이언맨은 특수합금 슈트와 첨단무기로 무장해 제트기보다 빨리 날고 로켓을 쏘고 광선 장풍(掌風)을 날린다. 박병훈은 오직 '휴먼 에너지'만 쓴다.

그는 트라이애슬론, 그중 최장거리 종목인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 선수다. 수영 3.86㎞·사이클 180.25㎞·마라톤 42.195㎞를 헤엄치고 달린다. 합계 226㎞인 '킹 코스'만 26번 완주했다.

39세의 박병훈은 수영 3.86㎞·사이클 180.25㎞·마라톤 42.195㎞를 헤쳐나가는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의 국내 최고이다. 그는“어떤 젊은 선수도 나의 아이언맨 훈련량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이나 전국체전 종목(수영 1.5㎞·사이클 40㎞·달리기 10㎞)은 성에 차지 않는다. 박병훈은 "젊은 선수들은 아이언맨 훈련량을 따라오지 못하죠. 나이가 들수록 경륜이 쌓이면서 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체대에 다닐 때 마라톤을 했다. 최고 기록은 2시간18분대였는데 허리가 좋지 않아 꿈을 접었다. 트라이애슬론은 모교 조교로 일하던 2001년에 입문했다. 그때 처음 배운 수영이 지금도 가장 어렵다고 했다.

박병훈은 아이언맨 첫 종목인 수영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10분 정도 뒤진다. 이 차이를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들이 절 보고 '수영만 잘하면 네가 넘버 원'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수영 늦게 시작한 게 한이 됐어요."

그렇지만 아시아권에선 독보적이다. 수영 55분, 사이클 4시간30분, 마라톤 2시간50분이 최고 기록이다. 2008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포드 아이언맨 대회에서 8시간28분51초라는 역대 아시아선수 최고 기록으로 7위를 했다.

작년 일본 아이언맨 대회에서도 8시간대(8시간49분10초)로 4위였다. 2007년 같은 대회에선 우승했다. "일본이나 국내 2위권 선수들보다 20~30분은 앞섭니다. 사이클이 중요한데 '내 심장이 남보다 더 크다'고 믿고 쫓아가죠."

박병훈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다. 2000만원짜리 사이클을 국제적인 유명 제조업체로부터 후원받아 탄다. 일주일에 1000㎞를 달리기 때문에 1년에 한 대씩 교체한다. 아시아 1등의 마케팅 효과다.

박병훈은 아내와 두 아들 성제(6), 민제(10)를 호주 골드코스트로 보내고 4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가족과 살던 집은 처분하고, 요즘은 서울 가락동에서 방 3개짜리 월세 아파트를 얻어 제자 4명과 지낸다.

작년 전국체전 금메달 김지환(20) 등 제자들은 기존 실업팀 소속이지만 훈련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박병훈은 '아이언 스타'라는 클럽을 만들어 제자들을 부른 다음 합숙 훈련 비용을 부담한다.

2007년까지 대구시청 감독 겸 선수를 했던 그는 2년 전 삼성동에 트라이애슬론 전문 용품점을 냈다. 작년부터는 한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5000만 상당의 현금과 용품도 지원받고 있다.

"저를 뛰어넘는 선수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도 여건만 되면 1~2년은 더 뛰려고요.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하려고 마음먹으면 마흔다섯까지도 문제없는 게 이 운동입니다."

박병훈은 트라이애슬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철인교실, 달리기 강습을 열고 있다. 한국체대, 후원업체와 함께 마라톤 아카데미도 시작할 예정이다. 마라톤 할 땐 그렇지 않았는데 트라이애슬론만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작은 아이한테 '커서 하고 싶어?' 물으면 '트라이애슬론 할래요.' 그럽니다. 호주에서 수영은 확실히 배우게 했죠." '아이언맨 2탄', 개봉 박두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