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송태호 교수

카이스트 송태호(56·기계공학) 교수가 천안함 폭침 사건 의혹 제기와 관련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반박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이승헌 교수(고체물리학)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8월 5일 주간조선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승헌 교수의 반박을 재반박하며 "학회 등 공개된 자리에서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학자답게 끝장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은 지난 5월 20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공격당한 해군 천안함의 폭침 원인을 발표했다. 송 교수와 이 교수는 합조단이 북한산 어뢰라고 발표한 추진체의 '1번' 글씨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이 교수는 합동조사단의 발표 직후 어뢰에 매직으로 쓰여진 1번이란 글씨는 어뢰 폭발 당시 발생한 열로 바로 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이유로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북한산 어뢰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카이스트 송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8월 2일 발간된 주간조선(2117호)을 통해 "어뢰 폭발이 일어나도 '1번'이란 글씨가 쓰여 있던 어뢰 디스크 뒷면은 폭발 후 단 0.1도도 온도가 올라갈 수 없다"는 계산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송 교수는 "따라서 1번 글씨는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버지니아 공대 이 교수는 송 교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8월 5일 한겨레신문에 글을 보내 "폭발 과정은 가역적이 아니라 비가역적이어서 (송 교수의) 주장은 틀리다"라며 "송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사람이 폭발 현장에 서 있었다면 얼어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이 교수의 반박에 대해 송 교수는 주간조선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열 역학의 기본을 모르는 얘기"라며 재반박했다.

카이스트 송태호 교수

다음은 이승헌 교수와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한 의문점과, 송 교수가 주간조선에 보내온 재반론이다.

① 폭발 과정이 가역적인가 비가역적인가

이승헌 교수 "버블가스 팽창과정은 비가역적… 고온 전달"
송태호 교수 "바닷물 속에선 가역적… 고온 전달 안된다"
 
이 교수는 버블 팽창이 비가역적이라고 주장한다. 폭발 후 버블 내부 기압이 외부에 비해 10만배 이상 높기 때문에 거의 진공 상태에서 기체가 팽창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온이 어뢰의 끝까지 전달된다는 것이다. 공기를 압축한 캡슐이 대기 중에서 터지면 확 퍼져나가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버블 팽창도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비가역적 과정을 거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은 어뢰가 공기 중에서 폭발했다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수중 폭발이다. 수중 폭발로 생긴 버블은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는 가역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때 버블 내부의 온도는 팽창할 때는 영하 100도까지 떨어지고, 수축할 때는 3000도까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버블이 팽창할 때 누군가가 옆에 서 있는다면 당연히 얼어죽게 될 것이다.

버블은 팽창했다가 수축하면서 주변의 바닷물을 끌어당기게 된다. 천안함이 수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갔다가(버블 팽창), 다시 수면 아래쪽으로 꺾이면서(버블 수축) 두 동강이 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폭탄의 분량이 많건 적건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폭탄 분량과 버블이 관계가 있는 것은, 폭탄의 양에 따라 발생하는 버블의 체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파괴력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뿐이다.

수중 폭발이 가역과정을 보인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오래전에 입증된 사실로, 기계공학에선 기초적인 이야기다. 버블은 팽창하면서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해 ‘1번’이라고 써있는 추진부에 도달할 때는 이미 식어버린 상태가 된다. 따라서 1번 글씨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이 교수 주장처럼 비가역적 반응을 보이려면, 다시 말해 1번 글씨를 태울 만큼의 고열이 전달되려면, 폭약이 장착된 어뢰 탄두부와 ‘1번’이라 쓰인 추진체 사이의 공간이 진공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바닷물 속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천안함 함수 인양

② 프로펠러 주변의 온도 변화가 있었나

이 교수 "'1번'에 온도상승이 없었다면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 흡착됐나"
송 교수 "프로펠러 주변 온도가 2000도란 주장이 말 안되는 것"
 
이 교수는 프로펠러에 폭약의 알루미늄 성분이 흡착돼 있다는 사실을 들어 내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한다. 이 교수는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에서 "송태호 교수의 계산대로 '1번'이 써 있는 디스크 후면에 0.1도의 온도 상승도 없었다면 폭약이 들어있는 탄두에서 디스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흡착되어 있었는지 설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송 교수 주장대로라면 버블의 반경이 어뢰 가장 끝부분에 있는 프로펠러 부분까지 다다르는 데는 0.15초 정도가 걸리고, 그때 버블과 폭발에서 파생되는 물질들의 온도는 영하의 온도이게 된다. 이 온도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고체 상태가 되어 프로펠러에 흡착될 수 없다"며 "송태호 교수의 주장은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발 결과 붙었다는 합조단의 주장과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알루미늄 파우더의 흡착은 나의 전공분야가 아니고, 내 논문에서 언급한 바도 없다. 나는 아는 것만 이야기한다. (이 교수가) 다른 이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만 2000도 이상의 고온이 프로펠러 근처에 있었다는 (이 교수 주장은) 열역학적으로 성립이 안된다. 어뢰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닷물은 반경 6m만 잡아도 1000t이다. 그 경우 폭약 발열량의 100%가 모두 어뢰와 바닷물 온도를 올리는 데 다 쓰였다해도 바닷물은 겨우 0.2도 남짓 온도가 오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탄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그것도 물속에 잠겨 있는 프로펠러에 고온의 가스가 고스란히 흘러가서 프로펠러 온도를 2000도로 올릴 수 있나. 어뢰를 설계한 사람이 프로펠러 온도를 올리는 것이 폭약의 일차적 기능이라 생각하고 설계했을까. 그렇다면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폭약의 에너지는 어디서 구하나. 250㎏ 폭약의 에너지는 총 25만㎉에 불과하다. 이는 석유 25㎏의 에너지밖에 안되는 양이다. 따라서 폭약의 에너지는 가능한 한 열에너지로 소산되지 않게 막고, 목표물을 파괴하기에 적당한 형태의 에너지(이 경우는 진공 버블)를 만드는 데 사용돼야 한다. 어뢰 설계자를 바보로 보면 곤란하다. 나는 알루미늄 파우더의 흡착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고온에 의한 것이 아니란 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 주장을 하려면 고온이 아닌 다른 메커니즘으로 설명을 하시라.

천안함 폭파 어뢰 프로펠러 증거. 북 어뢰 추진축 뒷부분 안쪽에 적혀있는 1번

③ 외부 페인트는 탔나 안 탔나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국제관계학)
"1번 글씨가 타지 않았다면 외부 페인트도 타지 않았어야 하는데, 합동조사단은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열로 인해서 다 타버렸다고 했다"
송 교수 "타버린 흔적이 없다… 1번 글씨 아래에 있는 고분자 코팅 역시 멀쩡하다. 이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증거다"
 
실물을 잘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실물을 보면 타버린 흔적이 없다. 주위에 검은색 도장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프로펠러 샤프트에 에나멜처럼 생각되는 까만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그 페인트가 녹은 흔적이 전혀 없다. 이것이 온도가 별로 올라가지 않았다는 증거다. 나는 샘플을 취해서 분석을 하진 않았다. 육안으로 관찰한 것이지만 바깥 부분이 탔다는 주장은 의외다. 글씨 부분을 보면 글씨 아래에 고분자 코팅이 돼 있는데 그 고분자 코팅이 멀쩡하다. 따라서 글씨가 탔다면 그 밑에 고분자 코팅도 탔어야 한다. 따라서 "글씨가 타버렸어야 하는데 안 탔으니 조작됐다고 하는 것은, 그렇다면 고분자도 타버렸어야 하는데 고분자 코팅도 안 타버렸으니까 그쪽도 조작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고분자 부분은 깨끗하게 보존돼 있다. 따라서 고온에 노출되지도 않았고 타지도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인터넷 매체는 나의 계산 결과와 관련된 회견내용을 보도하면서 ‘느닷없다’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했다. 그런데 내가 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6월 후반부다. 논란이 된 ‘1번’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너무 많이 하기에 시작한 것이다. 연구 결과가 그 당시 즉각적으로 나왔다면 시의적절한 발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한 달가량 걸려서 답을 얻었는데, 사실 이것도 빠른 것이다. 보통 몇 달, 심지어 몇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 답을 얻고 그것을 발표하니까, 마치 뒷북을 치는 것처럼 의아해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연구는 그런 것이다. 즉각즉각 답변을 하고, 그 이슈가 한창 뜨거울 때에 언론매체에 보도를 하고, 그러면 좀더 시류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즉답은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학자는 그렇게 가볍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다음에 다시 뭔가를 발표하더라도 내 발표는 또 한번 ‘뒷북’이 될 것이다.

④ 버블이 프로펠러에 닿을 때의 온도는 고온인가 아닌가

이 교수 "버블이 프로펠러에 닿을 때의 온도는 1000도의 고온"
송 교수 "공기 중에서 폭발할 때의 상황과 착각하는 듯"
 
이 교수의 주장은 바닷물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아닌, 공기 속에서 폭발할 때의 상황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 교수는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는데, 공기 속이라도 충격파 내부 기체의 평균 온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이 교수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열역학의 법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계산을 해드리겠다. 초기 가스질량 250㎏, 온도 섭씨 3000도, 공기온도 0도에서 팽창을 해서 충격파 반경이 6m가 되면, 가스와 공기의 비열(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드는 열량)을 일정하게 볼 경우 평균 온도가 섭씨 600도가량 된다. 하지만 이 결과를 쓰면 안된다. 또 착각하실까봐 하는 얘기다.

여기서의 문제는 수중 폭발이다. 물에서는 뉴턴의 운동법칙(관성, 가속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 과도열전달(transient heat transfer·긴 물체의 한쪽 끝을 가열해도 다른쪽 끝이 순식간에 달아오르지 않는 현상)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이 회피하기만 하시니, 이래서는 토론이 안된다.

이 교수도 나처럼 학교에 있는 사람이다. 언론매체를 통해서만 말하지 마시고, 학회나 강의실 등에서 진정한 전문가를 모시고 끝장토론을 하면 어떻겠나.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토론했으면 한다. 열역학 1·2법칙, 열전달, 가스 동력학, 그리고 현장의 증거물 뭐든지 논의했으면 한다. 기자들, 학생들, 주위 전문가들을 모시고, 원하신다면 1 대 1이 아니라, 2 대 2도 좋고 3 대 3의 패널 형식도 좋다. 이 토론을 통해 누가 옳은지를 분명히 가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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