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후쿠시마-마쓰자카-다카하시-아오키…
추성훈은 톱모델 야노와 웨딩마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스타와 아나운서 커플이 많다. 스즈치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와 후쿠시마 유미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와 시바타 토모요, 다카하시 요시노부(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오노데라 마이 등이다. 일종의 공식처럼 돼 있을 정도다. 김태균의 활동 무대가 일본이고, 김석류도 일본 유학파 출신이라는 점이 우연치고는 묘하다. 일본의 트렌드를 따라 한 모양새가 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야구스타-아나운서 커플은 '타격 천재' 이치로와 후쿠시마다. 두 사람은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시애틀에 입단하기 전인 1999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후쿠시마는 T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이치로보다 8세 연상이다. 이들 커플은 후쿠시마가 영어에 능통한 점이 화제가 됐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치로가 미국 진출을 위해 영어 잘 하는 후쿠시마와 결혼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실제로 이치로는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치로는 두 차례에 걸쳐 불륜 스캔들이 들통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괴물 투수' 마쓰자카도 니혼TV 아나운서인 5세 연상의 시바타 토모요와 2004년 결혼했다. 시바타는 스포츠관련 뉴스를 도맡아 진행했는데, 마쓰자카가 시바타의 프로그램 '스포츠 우루구스'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결혼 6개월 전부터 동거한 사실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요미우리의 차세대 감독 후보로 꼽히는 다카하시 요시노부 역시 니혼TV 아나운서 출신 부인을 맞았다. '이치로의 재림'으로 불리는 아오키 노리치카 역시 TV도쿄 출신 아나운서와 열애를 공개한 뒤 지난해 결혼했다. 1995년 일본의 명포수 후루타 아쓰야가 후지TV 아나운서이던 동갑내기 나카이 미호와 결혼한 것이 야구스타-아나운서 커플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프로야구 스타와 여성 아나운서의 결혼이 흔한 이유는 뭘까.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현장에 투입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스타와 미모의 아나운서의 접촉이 잦아지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플로 발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케이블TV에서 스포츠 전문 여성 아나운서들을 그라운드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김석류는 그들 중 대표적인 스타 아나운서였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커플로 범위를 넓히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역시 스모선수 다카노하나와 미야자와 리에다. 두 사람은 1991년 약혼과 파혼 파동으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19세였던 미야자와 리에는 일본 최고의 소녀 스타였다. 누드 사진집 '산타페'을 발간해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누드집은 국내 서점가에도 비닐로 포장된 채 진열됐다. 리에와 한 살 연상인 다카노하나는 약혼을 발표했다.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스모계의 격렬한 반대로 약혼은 무산됐고, 리에는 칼로 손목을 긋는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국내 스포츠 스타 중에서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2009년 일본의 톱모델 야노 시호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축구 대표선수 출신 최성용도 2003년 일본의 방송 스타 출신 아베 미호코와 결혼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