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7월 26일인천시 부평구는 오는 8월부터 '유해동물 퇴치용 쓰레기봉투'를 도입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인일보 7월 26일

도둑고양이는 먹이를 찾을 때 골목길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다가가 냄새를 먼저 맡는다. 좋아하는 음식 냄새가 나면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로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구멍을 내고 음식물을 꺼내 먹는다. 이렇게 뚫린 쓰레기봉투는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흉하다.

인천 부평구 일부 지역에서 '유해동물 퇴치용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산과 가까이에 있는 동네에 서식 중인 유기(遺棄)동물이 쓰레기봉투를 파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평구는 8월 1일부터 20L짜리 야생동물 퇴치용 쓰레기봉투 28만매를 부평 2, 3, 6동과 십정 1, 2동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현재 준비한 쓰레기봉투 물량은 11월쯤 모두 소진될 전망.

그런데 쓰레기봉투가 유해동물을 퇴치한다고?

이 봉투의 겉모습은 일반 쓰레기봉투와 다르지 않다. 두께나 강도도 쓰레기봉투 표준 적합기준을 만족시킨다. 다만 제작원가는 일반 봉투보다 약 10% 정도 비싸다. 일반봉투의 제작단가는 1매에 47원인데 유해동물 퇴치용 봉투는 52원이다.

바로 이 '5원'으로 유해동물이 쓰레기봉투에 접근하는 걸 막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를 쓰레기봉투에 첨가해 음식 냄새를 맡으러 온 고양이가 지레 도망가게 하는 것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주식회사 성진이엔씨와 성진테크에서는 고양이가 싫어하는 냄새를 찾기 위해 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에 참여했던 최석화(수의학과) 교수는 "오렌지·아카시아·레몬 등 5~6가지 향을 실험했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료를 향이 첨가된 여러 봉투에 나누어 넣고 반응을 실험했다. 봉투를 하나씩 제시하자 어떤 봉투엔 아무 거리낌 없이 갔지만 딱 한 가지 향 근처로 다가가기 꺼렸다. 바로 어떤 나무에서 뽑은 수액(樹液)을 넣은 것이다. 업체에서는 "특허 신청을 한 상태여서 수종을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이 수액을 비닐 성형에 들어가는 배합제인 마스터배치(master batch)에 첨가한다. 부평구 청소과 조창훈씨는 "봉투 냄새를 맡아보면 강하진 않지만 막 만든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상황에서도 이 제품이 효과가 있을까. 성진이엔씨 노재진 상무는 "작년부터 의정부시와 광명시에서 샘플 봉투를 사용해 봤다"고 말했다.

당시엔 두 가지 방법으로 효과를 알아봤다. 첫 번째는 이 쓰레기봉투를 받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 밖에 내놓은 쓰레기봉투가 얼마나 파헤쳐졌는지 확인하는 방법. 두 번째는 쓰레기봉투를 CCTV 근처에 놓아두고 고양이가 쓰레기봉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본 것이다. 노 상무는 "지역 사정으로 퇴치용 봉투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진 못했지만, 두 곳 모두 일반 쓰레기봉투에 비해 향을 첨가한 봉투에 동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부평구 청소과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는 11월에 쓰레기봉투 배포가 끝난 후 12월이나 되어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특수 쓰레기봉투의 효과가 좋다고 해도 바로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예산이 문제다. 구청이 쓰레기봉투 원가 차이를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구청은 20L짜리에 대한 연간 추가 지원비로 1년에 1525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5L, 10L, 50L, 100L등 다양한 용량의 봉투를 추가 생산할 경우 비용은 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