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는 잊어라. 가장 값비싼 두 바퀴 짜리 걸작은 이제 대회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랜스 암스트롱의 자서전 제목에서는 “이것은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It’s not about the bike)”라고 말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자전거 한 대가 미화 500만 달러를 호가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지난 해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끝나고 몇 달 뒤, 암스트롱이 샹젤리제(Champs d'Elysee)의 막판 21일 레이스 동안 탔던 트렉 마돈(Trek Madone) 로드 바이크가 소더비 암 환자를 위한 자선 경매(Sotheby’s auction)에 나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투르 드 프랑스 챔피언십을 일곱 번이나 달성한 암스트롱의 다리를 보좌하는 영광을 누린 것 외에도, 이 탄소 섬유 자전거는 현대 미술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emien Hirst)가 디자인하고, 자전거 본체를 반짝이는 수 백 개의 진짜 나비 날개로 클리어 코팅 기법을 사용해 장식한 걸작이다.

동물의 윤리적 취급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에서는 이를 두고 “끔찍한 야만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몇몇 부유한 자전거 애호가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 “나비 문양” 트렉 마돈(Treck Madone)은 익명의 경매자에게 미화 500만 달러에 낙찰되었으니, 아마도 역사상 가장 비싼 자전거로 기록되었을 법도 하다.

(※ 아래 사이트들에서 보다 자세한 관련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쇼: 세계 최고가 자전거]

[슬라이드 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슬라이드 쇼: 세계 Top 10 조세 피난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

[전세계 10대 지명 수배자]

투르 드 프랑스는 지구상 인간과 기계의 가장 감동적인 조합을 찬미하는 행사 이상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투르 드 프랑스는 정교하게 튜닝되고, 또한 신비하게 여겨질 정도의 효율성을 지닌 자전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 최정상급 사이클링 팀들은 이 대회와 기타 주요 레이스를 통해 자전거 본체 스타일과 부품, 심지어는 사이클리스트에게 몇 초의 시간을 아껴주는 저지(jersey) 옷감에 까지 미묘한 변화를 선보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사이클링 팀이 아마추어 사이클링과 프로덕션 바이크(production bike) 세계에 침투하는 수법이기도 하다.

자전거 부품 전문 제조업체인 쉬마노(Shimano) 마케팅 팀의 데븐 월튼은 “(투르 드 프랑스는) 사이클리스트들에게 있어서는 F1 레이싱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이클 팀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기술로 견본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은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까지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된다”고 덧붙인다.

일례로,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몇몇 팀에서 쉬마노의 Di2 전기 변속 시스템과 배터리 구동 변속기(배터리 구동 변속기는 사이클리스트가 어떤 상태에 있건 변속을 가능하게 해주며 자동으로 변속 장치를 조정하여 마찰을 방지한다)를 팀 전체가 장착하여 경주에 참여하였다. Di2 전기 변속 시스템은 불과 2007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선보여졌으며, HTC 콜럼비아(HT Columbia)와 가민 트렌지션스(Garmin Transitions) 같은 팀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현재 일반인들도 구입할 수 있으며, 한 세트에 미화 약 5000달러가 소요된다.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몇몇 팀들의 자전거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고가(천문학적인 가격이 아닐 경우)에 판매되고 있다. 팀 라디오쉐크(Radio shack)와 이 팀의 스타인 암스트롱이 사용하는 트렉(Trek)은 라디오쉐크가 출전하는 대회의 대중 시장에서 전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그 예로써, 라디오쉐크를 위해 개발한 트랙 라인인 Speed Concept 타임 트라이얼 바이크(time trial bike)는 도장과 부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미화 약 1만 7천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게 자전거를 최적화하여 디자인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보통 이런 맞춤형 주문은 세계 최상급 전문 라이더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KGS Bikes의 케빈 선더스(Kevin Saunders)에게 연락해보라. 선더스는 전직 엔지니어로서, 고객들이 샌 안토니오(San Antonio)에 있는 본사에 들러 세 시간의 피팅 세션을 동안 자신의 다양한 라이딩 포지션을 시험해 볼 것을 권한다. 피팅이 끝나면 그는 보통 비벌리에 매스(Mass) 기반의 팔리 사이클스(Parlee Cycles Inc.)에 싱글 프레임 제작을 주문한다. 선더스는 최고급 주문(자전거 부품 전체에 맞춤형 도장까지 포함하여)에 미화 약 3만 2천 달러를 받는다. “우리는 완벽에 가까워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완벽 그 자체를 제공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KGS 자전거는 내년 6월에 모나코 몬테 카를로(Monte Carlo)에서 개최되는 사이클링과 라이프스타일 전시회 “Best Bikes”에서 전시될 울트라 하이 앤드(ultra-high-end) 자전거 중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전시회에는 이탈리아 자전거 제조업체인 몽땅트(Montante)에서는 금 도금과 비단뱀 가죽, 그리고 스와르보스키 크리스탈로 장식한 여성용 자전거를 선보일 예정이며, 판매가는 미화 약 4만 3천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메르세데스에서 탄소 Beru Factor 001 폴딩 자전거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판매가는 미화 약 3만 달러로 예상된다.

영국에 소재한 버루(Beru)사는 F1 레이싱에 납품하는 부품 제조 업체로, 이번에 선보이는 Factor 001 자전거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LCD 디스플레이를 장착되어 있어 자전거 부품, 주변 환경, 심지어는 라이더의 신체를 모니터링하는 열 두 개의 센서로부터 수집하는 정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이클리스트가 자전거 한 쪽 페달에만 힘을 더 가해 달리고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페달을 밟는 힘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프로 경주의 제한 범위를 훨씬 벗어나기는 하나, 트레이닝 동안 라이더들이 실시간으로 (자세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규칙서가 없을 때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버루의 영업 이사인 존 베일리(John Bailey)는 말한다.

모나코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는 초고가 자전거.

프랑스 제조업체 오러매니아(Aurumania)의 Crystal Edition Gold Bike가 바로 그것이다. 이 트랙 바이크(track bike)는 본체와 바퀴, 그리고 바퀴살이 모두 금으로 도금돼 있고, 600 개의 스와르보스키 크리스탈로 장식되어 있다. 시가로 미화 10만 1000 달러에 달하는 이 자전거는, 시중에 판매되는 가장 비싼 자전거가 아닐까 싶다. 만약 오러매니아가 목표로 삼는 이러한 신분의 상징(즉 고가 자전거)에 대해 아직도 의구심이 생긴다면, 금으로 도금한 오러매니아의 자전거 걸이가 미화 6000 달러가 넘는다는 사실만 기억하라.

KGS의 선더스는 세계 경기 침체가 이러한 고가의 무용지물에 대한 과시적 소비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2008년 이후 KGS는 3만 달러에 고급 장식을 입힌 자전거가 아니라, 2만 달러 수준에서 모든 실용적 기능을 장착한 자전거를 판매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전거 페인트 칠에 1 만 달러나 쓰려고 하지 않는다.”

허나, 몬테 카를로에서 개최되는 전시회 ”Best Bikes”의 주최자인 폴 얼(Paul Earle)은 비록 경기 침체기라 할지라도,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사치품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데에는 자전거가 더 저렴한 대체재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전거는 어떤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서민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 지나 가는 페라리를 사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1만 달러에 자전거 한 대는 구입할 여력이 될 것이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얼(Earle)은 지난 해 경기 회복으로 인해 부유층에서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취미 생활에 상당한 돈을 지출하고자 하는 대세가 다시 일고 있다고 말한다. 얼(Earl)은 “Everything is cyclical(모든 것이 경기를 탄다)”라고 덧붙인다. 아마 사이클링(cycling)이 특히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