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12일 향년 7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해 9월 'SBS 스페셜-앙드레 김, 일곱 겹 인터뷰로 그리다' 제작 PD인 김현욱 PD로부터 고인에 대해 "일 할 때는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손주 옷까지 직접 만드실 정도로 다정다감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공과 사 구분 '철저', 마인드 전환 '명확'



'관불용침(官不容針)이나 사통거마(私通車馬), 공적으로는 바늘 하나도 용납할 수 없지만 사사롭게는 수레ㆍ말까지도 허용한다'

이 말은 고 앙드레 김의 생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김현욱 대표는 "첫 인상은 무섭지만 알면 알수록 부드럽고 따뜻하고 배려깊은 분이셨다. 일에 있어서는 너무나 철두철미했고, 사적으로는 모두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며 고인의 생전을 떠올렸다. 그는 "화보 촬영이 있을 때면 촬영 전 포토그래퍼, 직접 모델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건내고 다닐 정도로 세심하고 따뜻한 면모를 내비쳤지만, 일단 슛이 들어가고나면 표정도 목소리도 변해 불같은 카리스마를 내뿜었다"고 설명했다.

 ▶떡볶이-모니카 즐겨먹고, 아기사슴-천사 좋아해...

세계적인 수준의 톱 디자이너였던 고 앙드레 김은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김현욱 PD는 "(고인은) 아기사슴을 좋아했다. 의상실에 가면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아기사슴 상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키우는 흰색 강아지 3마리의 이름은 밤비 원(one), 밤비 투(two), 밤비 쓰리(three) 였다. 고인은 강아지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애정을 쏟았다. 또 천사 이미지 역시 좋아해 천사 형상의 크리스탈 상을 수집하곤 했다"고 전했다. 입맛 역시 서민적이었다. 이어 "떡볶이를 즐겨 먹으셨다. 또 여름이면 꼭 태극당의 아이스크림을 찾으셨다"고 덧붙였다.

손자, 손녀들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 각별했다. 김 PD는 "고 앙드레 김은 생전에 손자, 손녀들에게 거의 모든 의상을 직접 디자인해 입힐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며 "빈소에서 입고 있던 아이들의 의상 역시 고인의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식 욕구 왕성, 한달 평균 공연 3편 관람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고인은 매일 아침 수 종의 신문과 TV 뉴스 등을 모니터링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위치에 오른 그였지만 지식에 대한 욕구는 누구보다도 왕성했던 것.

김현욱 PD는 "지식이 굉장히 넓으시다. 고인의 박학다식함에 매번 놀랐다. 하지만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 물을때면 누구보다도 겸손했다. 몽골 등으로 해외 취재를 다녀온 나에게 그 나라의 문화, 정치, 음식, 생활 등을 꼼꼼히 물어보셨다. 또 한달 3편 정도의 공연은 빼지 않고 관람하시며 문화적 트랜드의 흐름을 체크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에도 항상 오전에 일찍 나와 일을 했고, 휴일에도 거의 쉬지 않았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저녁 시간을 쪼개 공연을 관람하시거나, 유니세프 등의 활동, 출신 중학교 의상 지급 등 작은 행사 참여에도 적극 동참하셨다"고 생전에 그의 왕성했던 활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