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논란과 화제 속에 개봉하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대한 논의가 벌써부터 활발하다.

사실상 상영불가를 의미하는 제한상영등급을 두 차례 받은 후,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을 낮춘 '악마를 보았다'는 개봉 하루 전인 1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은 잔인함 등 '악마를 보았다'를 둘러싼 사전 정보들을 뒤로 하더라도 베일을 벗은 그 실체는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시사회 후 각종 영화 블로그들에서는 영화에 대한 논의가 벌써부터 뜨겁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잔인함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 란 기본 전제는 공통된 가운데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김지운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잘 만든 영화-잘 만든 스릴러란 의견과 극도의 불편함으로 치닫는 고문영화라는 반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연쇄 살인마에게 잃고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한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목표가 확실해 일직선상으로 관객들을 힘차게 끌고 간다. 망설임은 없다. 이병헌, 최민식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두 남자배우의 마초적이고도 극단으로 치닫는 광기의 대결은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사실 주인공 수현(이병헌)의 복수극이 설득력있게 그려지기 위해서는 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의 악행이 더욱 거세져야 하는 것이 맞다. 영화는 이에 맞게 더욱 악랄하고 고통스럽고 역겨워지는 장경철의 행동거지를 보여준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끔찍한 연쇄범죄행각을 뉴스를 통해 접하는 현대인에게 이 영화는 그저 영화 속의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잔혹함의 정도가 더욱 아프게 살갗에 닿는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정말 무섭다. 힘 없고 순수한 여자들의 옷을 강제적으로 벗기고, 개줄에 묶어 유린하고, 요리하기 위해 몸에 식칼을 들이대는 장면 등은 눈물이 날 만큼 고통스럽다. 이때 등장해 장경철을 응징하는 수현은 슈퍼히어로와 같은 매력을 안겨주기도 한다.

스스로 짐승이 돼 악마를 처단하려고 하는 남자와 아저씨의 얼굴을 한 그냥 악마. 얼음 같은 광기와 불 같은 광기를 지닌 두 남자의 대결 구도는 단단하고 파워풀하다.

반면에 '쏘우', '호스텔' 등 일련의 고문영화와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나, 란 논의가 한편에서 이뤄지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의 관건은 잔인한 설정과 묘사 뒤에 필요한 묵직한 알맹이다. '쏘우'가 되느니 차라리 '악마를 보았다'는 '안티 크라이스트'류의 영화가 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잔인함의 수위와 영화에 대한 개인의 취향으로 작품성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어차피 애들이 볼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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