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가져주시는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향후 2~3년간은 언론 취재에 응할 생각이 없어요."

승가원 유정화 팀장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단호했다. 4월에 이어 지난달 또다시 방송된 MBC TV 'MBC스페셜-승가원의 천사들'의 후속 취재에 대한 거절이다. 그는 "더 이상의 언론 노출은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곳 선생님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불교 사회복지재단 승가원. 이곳 어린이 76명 가운데 태호와 성일이는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양팔과 허벅지가 없고 희귀병까지 앓고 있는 11살 태호와 뇌병변 1급 장애아동인 성일이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승가원의 천사들'이 방송되면서다. 지난달 재방송 시청률은 4월 첫 방송 때(11.1%·AGB닐슨)보다 높은 12.2%를 기록했다.

4월과 지난달 두 차례 방송된‘MBC스페셜-승가원의 천사들’. 두 팔과 허벅지가 없는 11살 태호(왼쪽)와 뇌병변 장애아동 8살 성일이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겠다며 마룻바닥을 튀어다니는 태호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일반 학교에서 당당히 생활하는 태호의 긍정적 태도가 대단하다'며 감동에 찬 댓글을 쏟아냈다. 지난해 월 평균 2400만원이었던 승가원 후원금은 방송 직후인 5월 한 달간 두 배에 가까운 4000여만원이 접수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여 지난 8일 승가원 아이들에게 스타렉스 자동차를 선물했다.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을 느낀 승가원은 방송 직후 ▲고등학생 이상 ▲6개월 이상 장기 봉사활동이 가능한 이들에게만 봉사 접수를 한다고 밝혔다. 또 형평성을 고려해 태호·성일이에 대한 개별적인 봉사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태호와 성일이는 방학 숙제 마무리에 한창이다. 태호는 2학기 반장 선거에 다시 나간다고 한다. 유정화 팀장은 "TV에 나간 뒤 아이들이 들뜬 마음에 좀 우쭐해 했다"며 "애들이 일상을 되찾고 자기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