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데보라 빌은 “가족과 내가 일하지 않고도 생필품 걱정 없이 가끔 여행을 다니며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1000만달러(116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의 한 여성은 10억달러(1조1601억원)가 필요하다고 답했는가 하면, 시애틀에 사는 여성은 한 달에 수천 달러만 있으면 된다고 답하는 등 사람에 따라 기준이 천차만별이었다.

이처럼 부(富)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일하지 않고도 안락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CNN머니는 9일 미국 전문가들이 부자의 기준을 대략 예금잔고 200만달러(약 23억2000만원)에서 1200만달러(139억20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뉴저지주의 자산관리업체 아메리칸 이코노믹 플래닝그룹(AEPG)의 스티븐 케이 사장은 “미국에서 뉴욕처럼 물가가 비싼 지역에서 1명이 35세에 은퇴해 부자라고 느끼며 살려면 1년에 최소한 30만달러(3억4803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는 케이 사장의 고객들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하다고 말한 금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세금을 내고 월세 3800달러(443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에 1만2000달러(1392만원) 가량씩 쓸 수 있는 수준이다.

35세부터 1년에 30만달러를 쓰고 살려면 1200만달러 정도의 예금 잔고가 필요하다. 투자수익을 연 5%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고 물가상승은 연 2.5%, 62세부터 연간 2500달러(290만원) 정도의 사회보장 연금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2010년의 30만달러에 상응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큰 액수의 돈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1200만달러의 잔고는 100세가 되면 934달러밖에 남지 않게 된다.
   
반대로 미국에서 물가가 싼 지역에 산다면 연간 10만달러(1억1600만원)로도 충분하며 이 경우 예금잔고가 400만달러(46억4000만원)만 되면 35세에 은퇴할 수 있는 것으로 케이 사장은 추산했다. 65세까지 일할 용의가 있다면 이의 절반인 200만달러(23억2000만원)로도 충분하다.
   
금융전문가들이 쓰는 기준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보다 많이 벌면 부자라고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 혜택을 종료할 예정인 미국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부유층은 연간 소득 25만달러(2억9000만원) 이상의 가계를 가리킨다. 이는 미국 인구의 2%에 해당한다. 하지만, 케이 사장은 "소득과 부를 혼동하면 안 된다"면서 "100만달러를 벌더라도 150만달러를 쓴다면 부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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