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6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가정에 1인당 매달 10만~50만원의 아동(兒童)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6세 이하 아동은 312만명이다. 이들 가정에 매달 10만~50만원씩 지급한다면 1년이면 3조7460억~18조73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 한 해 예산 292조8000억원의 1.3~6.4%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이 들 만하다.

그러나 세계 선진국이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보면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다. 프랑스 정부는 여성이 임신 7개월이 되면 임신수당 800유로(123만원), 첫 아이를 낳으면 격려금 855유로(131만원)를 준다. 가족 형태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자녀가 있는 모든 가정에 30가지에 달하는 각종 수당을 지급한다. 프랑스의 출산장려 예산은 GDP(국내총생산)의 4.7%인 880억유로(약 135조원)나 된다. 그 결과 프랑스의 지난해 출산율은 2.0명으로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동수당은 이란 스리랑카 같은 나라를 포함한 80여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지자체·기업에서 양육비·출산준비금·출산축하금을 비롯해 출산 후의 영양제·유모차·신생아건강보험 지원까지 해주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기를 낳고 키우기 쉬운 출산 친화적 제도와 사회 인프라의 뒷받침이 함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임신한 직장 여성의 산전·산후(産前·産後) 휴가 사용률은 36.3%에 불과했다. 2008년 출생아 수는 46만명이었으나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남성 355명을 포함해 2만9000명밖에 안 됐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 탓이다.

민간 기업에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하라고 외치는 보건복지부조차 청사 내에 보육시설이 없다. 국공립 보육시설이 4.8%밖에 안된다. 보육비 역시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를 버는 가구에만 지원된다. 보육시설을 야근하는 엄마들을 위한 곳, 주말에 문을 여는 곳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평균 1.75명에 한참 떨어지는 세계 최저수준이다. 출산율 1.5명 미만인 초(超)저출산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 각 부처와 기관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 대책은 언젠가 인구 감소라는 국가의 초비상(超非常)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그때는 무슨 수를 써도 사태를 되돌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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