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조선일보 7월 14일자 A10면에서 '휴전선 경계임무에 감시와 전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무인 로봇무기(첨단감시장비)가 배치됐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군 작전에 실전배치되는 로봇 무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현재 세계 각국의 로봇 무기는 어디까지 개발이 돼 있고 실전 배치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 성동구 독자 서진원씨

A. 로봇무기는 국방(군사)로봇으로 불립니다. 사람이 원격 조종하거나, 로봇 스스로가 판단해 움직이고 작동할 수 있는 '무인(無人)전투체계'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무인 전투체계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이 로봇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에 따라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로봇 무기는 크게 무인지상로봇(UGV), 무인수상정(USV) 및 무인잠수정(UUV), 무인항공기(UAV)로 나뉘는데 무인 지상로봇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상 로봇무기는 무인 다목적 감시정찰 및 전투 로봇, 착용형 로봇, 소형 특수전 로봇 등이 있습니다. 작동 형태에 따라서는 바퀴로 움직이는 차륜형, 무한궤도(캐터필러)로 움직이는 궤도형, 여러 개의 다리로 이동하는 다족형(多足型)으로 구분됩니다. 기능 및 임무를 중심으로 세계의 지상 로봇무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무인 다목적 감시정찰 및 전투 로봇

무인 다목적 감시정찰 및 전투로봇은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홀로 진출해 적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통신중계, 전투피해 보고, 화생방 탐지 및 전파 임무 등을 맡는 무기입니다. 지휘소 또는 지휘통제 차량에서 최대 25㎞ 떨어진 곳까지 진출해 작전을 벌이고 필요할 경우 기관총이나 기관포, 유탄발사기 등을 가동해 전투를 벌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주변 지형 등을 인식해 주행(走行)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 무인차량의 핵심 요소입니다.

미국 육군은 미래 전장의 틀을 바꾸기 위해 수십조원의 돈을 들여 미래무기체계(FCS:Future Combat System)라 불리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 중 3분의 1가량이 무인 로봇무기 개발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현재 로봇무기 비중을 재검토 중입니다.

미국에서 개발 중인 무인 전투차량 '블랙 나이트'(Black Knight)는 포탑에 30㎜ 기관포, 기관총을 달고 있는 중(重)전투 로봇이지요. 로봇무기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기관총을 단 감시경계 로봇인 '가디엄'을 만들어 배치했고, 프랑스는 대형 정찰용 무인차량인 '시라노'를 개발 중입니다.

착용형 로봇

3D 영화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아바타'에선 지휘관 마일즈 쿼리치 대령이 탑승, 강력한 중화기로 나비족을 공격하는 로봇 무기가 등장합니다. 'AMP(Amplified Mobility Platform) 슈트'라 불리는 것이었는데요. 일종의 '입는 로봇', 즉 착용형(Wearable) 로봇이었습니다.

착용형 로봇은 병사들의 근력을 강화, '병사들이 무거운 장비를 갖고 장시간 행군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지휘관들의 오랜 꿈을 실현시킨 무기입니다. 이 착용형 로봇 중에 대표적인 것은 '헐크'(HULC·Human Universal Load Carrier)입니다. 미 버클리 바이오닉스사가 개발 중인 것으로 착용한 사람이 외부의 도움 없이 90㎏이나 되는 짐을 나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센서를 통해 착용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팔다리를 움직여 주는 착용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형 특수전용 로봇

도시지역 하수구·건물 잔해 지역 등 좁은 장소나 험한 지형에서 주로 활용되는 로봇입니다. 공처럼 생긴 로봇에 카메라를 달아 병사가 손으로 던지거나 유탄 발사기로 발사해 사용하는 것, 계단·바위 등 기존의 차륜형·궤도형 로봇이 올라가기 힘든 곳까지 이동하는 뱀처럼 생긴 로봇, 개구리나 메뚜기처럼 뛰어오를 수 있는 로봇, 바닷가재처럼 생겨 해저 정찰을 하거나 기뢰 탐지 등을 하는 로봇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생물체와 비슷하게 만든 생체모방 로봇은 작고 민첩하며 제조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형 로봇은 폭발물 탐지 및 제거, 감시정찰에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휴대용 감시정찰 로봇인 '팩봇'(PackBot) 등 1000여대의 다양한 소형 로봇을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 무게 34㎏인 팩봇은 병사가 휴대해 특수지역을 감시, 정찰할 목적으로 아이로봇사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이라크·아프간전에 폭넓게 사용 중인 '탤런'은 M16 소총이나 7.62㎜ 기관총, 로켓 발사기의 탑재도 가능합니다. 이밖에 대표적인 다족형 로봇으론 미국의 '빅 독'(Big Dog)이 있습니다. 다리가 네 개 달려 짐승처럼 이동하는 이 로봇은 시속 6㎞의 속도로 35도의 비탈진 경사길을 올라갈 수 있고, 60㎏ 이상의 짐을 나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두 다리를 가진 보행로봇인 '아시모' 개발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보행로봇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로봇 무기는 보초서는 로봇‐ 敵情살피는 수류탄형 로봇까지

지난 2008년 10월 경남 창원시 국방과학연구소(ADD) 기동시험장에선 4종의 국산 로봇무기들이 선보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무인자율 주행차량, 휴대용 소형 지상로봇, 견마(犬馬)로봇, 소형 항공로봇 등이었습니다.

무인자율 주행차량은 차량이 미리 입력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돌발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이 장애물을 인식, 피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휴대용 소형지상로봇은 시가전이나 동굴·건물 내부전투에서 특수부대가 투입되기 전에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입니다.

견마로봇은 국방부가 국내 17개 기관과 함께 공동 개발 중인 로봇무기로, 2012년까지 334억원이 투자돼 개발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개처럼 정찰 탐지를 하거나 말처럼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하는 로봇이지요.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 철책선 경계를 위한 몇 가지 무인경계 시스템도 시험 운용 중입니다. 고성능 카메라 등 감시장비와 40㎜ 고속 유탄 기관포, 5.56㎜ 소총, 7.62㎜ 기관총 등으로 구성된 초보적인 로봇무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군 당국은 앞으로 장갑차 형태의 다목적 감시정찰 로봇과 근접 감시정찰 로봇, 로켓과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경(輕)전투 로봇, 휴대용 감시정찰 로봇 등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휴대용 감시정찰 로봇은 경전투 로봇의 뱃속에서 튀어나와 건물의 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지요. 수류탄 크기 만한 투척용 감시 로봇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적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에 던져 넣으면 주위의 모든 정보를 아군 병사가 차고 있는 손목형 컴퓨터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전쟁용 로봇 및 무인 정찰기
[인사이드 조선닷컴] 로봇 군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