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기자] 2010년 한국인 미스 유니버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미스 코리아 진 김주리가 오는 8월 꿈의 도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 전세계 86개국 미녀들과 여왕 자리를 놓고 한 판 경연을 벌인다. 59회째를 맞이하는 이 대회에서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은 1989년 장윤정이 기록한 2위다.

뜨거운 여름날, 미국 출국을 앞두고 대회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김주리를 인터뷰했다. 기자가 올려봐야할 정도로 늘씬한 키의 그녀지만 "미스 월드 등 세계 미인대회에 나가보니 키에서 조금 작은 편이 된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김주리의 신장은 172.5cm이다.

왜 미스 유니버스일까. "인생의 최종목표가 미스 유니버스는 아녜요. 단, 지금 상황에서는 유니버스로 뽑히는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어려서부터 했던 발레를 2008년 사고로 그만둔 뒤, 한동안 자신감을 잃고 절망감에 사로잡혀 집에서만 보냈어요. 그 때 우연히 TV에서 미스 유니버스 중계를 봤고 베네수엘라의 다이아나 멘도사가 모국의 명예를 걸고 당당히 대회에 임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어요. 미스 코리아에 나가게 된 계기였고 이제 마지막 관문을 눈 앞에 뒀습니다."

김주리는 발레에 모든 것을 건 소녀였다. 초등학교 시절 영국으로 발레 유학을 2년 다녀왔고 국내에서 소질을 인정받자 고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인 발레 수업을 위해 러시아로 떠나 5년을 보냈다. 부상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했던 그녀에게 미스 유니버스는 새로운 '백조의 호수'이자 '호두까기 인형'이나 다름없다.

"영어는 많이 잊었는데 러시아어는 편하게 구사할수 있어요. 정작 미스 코리아에 나가려니 우리 말이 어눌하고 적절한 어휘 구사력이 부족한 단점이 보였어요. 그래서 책과 신문 등을 아나운서처럼 소리내 읽는 훈련을 입술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했어요. 이제 미스 유니버스에 출전해서는 영어 아닌 한국말로 제 소개를 하고 질문에 응할까 고민중예요.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한국어니까요."

발레를 전공한게 미인 유니버스 도전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미스 월드 참가 때는 미녀들의 장기자랑인 탤러튼 쇼에서 2위를 차지했고 이번 미스 유니버스에서는 아리랑에 맞춰 발레를 선보이는 동서양 화합의 무대를 준비중이다. "아리랑은 최고의 음악이죠. 안무를 직접 짰고 디자이너와 함께 의논해 의상의 기본틀을 잡았습니다. 이제 세계인들에게 아리랑에 접목된 발레의 퍼포먼스를 자랑할 생각입니다."

김주리는 "본 대회 드레스는 아직 극비"라고 했다. 미스 월드와 달리 미스 월드의 드레스 심사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의상에 후한 점수를 준다.

연예계 데뷔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모든 장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고 했다. 하지만 먼훗날 발레학교를 세우려는 의지는 확고하다. "제가 비록 춤추지 못하더라도 쫗은 꿈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국내에는 아직 단독으로 된 발레학교가 전무한 실정이란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주리가 미스 유니버스에 도전한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니 1.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당당한 자신을 찾기 위해 2. 아리랑에 접목된 발레를 세계에 알리고 3.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것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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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