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입 수험생이 시청하는 EBS(교육방송)의 수능 동영상 강의에서 현직 고교 교사인 여성 강사가 ‘군대는 죽이는 거 배워 오는 곳’이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하나고 국어과 교사이자 EBS 언어영역 수능강사인 장희민(38)씨는 24일 EBS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국어 강의에서 남성들의 군 복무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했다.

장씨는 강의 도중 ‘언어변화’를 설명하다가 “남자는 주로 비표준형의 말을 쓰고 여자들은 표준형을 주로 만든다”고 설명하고는 “남자들이 쓰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닌 거예요. 여자들이 쓰는 말은 어떤 말? 좋은 말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들은 군대 갔다왔다고 좋아하죠. 그죠? 또 자기 군대 갔다왔다고  뭐 해달라고 만날 여자한테 떼쓰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분필을 칠판에서 떼면서 “그걸 알아야죠. 군대가서 뭐 배우고 와요?”라고 물어본 뒤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면서 “죽이는 거 배워오죠”라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아 놓으면 걔는 죽이는 거 배워 오잖아요. 그럼 뭘 잘했다는 거죠 도대체가. 자, 뭘 지키겠다는 거예요. 죽이는 거 배워오면서. 걔가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와요”라고 말했다. 장씨는 웃으며 “너무 남존여비 이거 거꾸로 가고 있죠? 여존남비? 자 어쨌든 기분 좋습니다. 그 다음 갈게요. 안티가 늘어나는 소리”라고 말하고는 강의를 계속 진행했다.

장씨의 발언이 방송된 이후 EBS 시청자게시판에 100여 건의 항의글이 올라오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비난 글이 쇄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분노한 네티즌은 장씨의 미니홈피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이날 방문자가 5만 명이 넘었다.

한 네티즌은 블로그를 통해 “아무리 우스갯소리라고 하더라도 스무 살, 2년이라는 시간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사람 죽이는 법을 배운다는 등으로 비하할 수 있는 걸까요? 그들의 희생으로 병역의무에 여성이 자유롭다는 점을 진정 모르는 게 아니라면 그런 생각을 EBS 인터넷 강의에서 내뱉은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게 교육자란 사람이 할 소리냐” “여자인 내가 들어도 너무 어이가 없다” 등의 비난 글을 올렸고, 일부 네티즌은 ‘군대는 살인을 배워오는 곳’이란 장씨의 말을 비꼬아 ‘군살녀(軍殺女)’란 별명을 붙였다.

EBS는 긴급히 사과문을 올리고 진화에 나섰다. 곽덕훈 사장은 EBS 홈페이지를 통해 “군대를 다녀온 저로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도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며 “이렇게 제작된 강의가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인터넷에 그대로 탑재된 것에 관해서도 사장으로서 무한의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장희민 선생님뿐만 아니라 제작에 관련된 모든 EBS 관계자들에게도 강사퇴출을 포함한 엄정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일요일인 25일 오전 9시 긴급 EBS 경영회의를 소집해 EBS의 공식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인 장씨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이 24일 저녁 EBS 홈페이지에 올랐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군대 가실 분들께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뭐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으나, 이것은 장씨가 직접 올린 글이 아니라 담당 PD가 현재 섬에 있는 장씨의 구술을 전화상으로 받아 적은 내용이라고 EBS는 추후 밝혔다.

장씨는 EBS 국어 강의에서 ‘1타(1등) 강사’로 불리고 있는 스타강사다. EBS 수능 강의는 올해 초 교과부가 ‘EBS 교재·강의의 수능 직접 연계율을 70%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뒤 대입 수험생들의 시청률이 부쩍 올랐고, 지난달부터는 일선 스타 교사들의 동영상을 EBS 인터넷 수능강의 사이트(EBSi)에 올려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교육을 대표하는 방송’이라는 임무를 맡고 나선 EBS가 군(軍)을 폄하하는 내용의 동영상 강의를 아무런 검증도 없이 인터넷에 올린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