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도적인 처사', '노골적으로', '일시적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들에 포함된 일본식 조어 접미사 '~적(的)'은 19세기 말경 일본에서 유입됐다. 1910년대 이후 문학작품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말에 정착된 이 접미사를 우리는 현재 일본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사용한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 저자는 "'~적'을 아예 빼거나 같은 뜻의 쉬운 표현으로 바꿔주면 문장이 훨씬 간결하고 쉽게 읽힌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비인도적인 처사'는 '사람답지 않은 처사'로, '노골적으로'는 '드러내놓고'로, '일시적으로'는 '한때'로 고쳐쓰는 편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일본식 한자어인 '망년회(忘年會)'는 우리 고유의 한자어 '송년회(送年會)'로, '부부(夫婦)'는 '내외(內外)'로 바꿔쓰는 편이 좋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입장(立場)'이라는 단어도 '일' 혹은 '처지'로 바꿔쓰는 것이 좋으며 맥락에 따라 '원칙', '태도', '방침', '생각', '견해', '관점'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일본어투 용어나 일본식 구문을 직역한 번역투 표현을 우리식 표현으로 바꿔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어투의 남용을 경계하면서도 한편 "'색종이(色紙)'·'짝사랑'·'꽃다발(花束)' 등 일본에서 들어온 번역어들이 현대 국어의 복합어체계를 더 풍부하게 해주기도 했다"고 인정한다.

일본어 텍스트와 번역문을 함께 제시해 일일이 대조해 보여주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거나 우리말 바로잡기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