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부탄은 인구 65만명,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다. 이 작은 나라가 요즘 각국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 단골로 상위 랭킹에 오른다. 왕추크 국왕은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NH) 높이는 걸 국정 목표로 삼았다. '숲을 최소한 국토의 60%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헌법에 넣었다. 교육과 의료에 예산을 쏟아부었다. 1984~98년 14년 사이 평균 수명이 19년 늘었다. 국왕이 숲 속 나무집에서 살 정도니 보통사람이 남과 비교해 내가 잘사니 못사니 초조할 일이 없다.

▶중남미 코스타리카는 국민소득 6500달러다. 도로는 우리 1960년대를 연상시키고 건물들은 낡았다. 그런데도 돈 싸들고 이민 온 미국인 은퇴자가 10만명이다. 영화 '주라기공원'을 찍을 만큼 잘 보존된 자연, 돈은 없어도 편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작년 영국 신경제재단은 코스타리카를 '살기 좋은 나라' 1위에 올려놓았다.

▶개인이나 나라나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1999년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誌)가 79개국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나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굶주림에 허덕일 것 같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1위, 멕시코베네수엘라가 2·3위였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특집에서 부탄을 예로 들며 "국민의 행복도를 평가할 때 경제성장 말고 다른 기준이 필요해졌다"고 썼다.

▶갤럽이 최근 155개국 국민에게 한 행복도 조사에서 덴마크가 1위로 나타났다.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4위까지 휩쓸었다. 덴마크는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팸플릿을 주는 나라다. 사회 전체가 보살피고 키워갈 아이라는 뜻이다. 세금을 내는 만큼 나라가 무슨 일이든 해결해 준다는 믿음이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

한국의 GDP는 1970년 2조8000억원에서 370배 늘었지만 국민생활만족도는 여전히 50~100위권을 맴돈다. 국민이 허리띠 조이고 땀 흘린 만큼 국가가 행복을 주지 못한 것이다. 개인의 행복은 자족(自足)하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지만 국민 다수의 행복은 누가 보장해야 하는가. 정치가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