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자위 많이 하면 나쁜가요?”
비뇨기과 홈페이지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다. 주로 중, 고등학생들이 자주 묻는다. 하지만 최근 내원한 한 성인 남성이 상담 도중 자위에 대해 평소 궁금해 하던 질문을 던졌다. ‘자위를 하면 조루를 어느 정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사연을 들어보니, 심한 조루증을 앓고 있는 그는 귀두의 민감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자주 자위 행위를 했다. 한데 이게 웬 일이람! 조루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도리어 조루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자위를 너무 자주하다보면 조루증상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다며 무척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사실 자위행위 자체가 조루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남성들은 단 몇 초의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사정만을 목표로 자위행위를 급하게 치르곤 한다. 일종의 죄의식과 불안 속에서 빨리 사정에 도달하는 자위 습관이 자주 반복되다보면 인체 사정중추가 빠른 사정에 익숙해져 조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지나친 자위행위는 조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위를 하더라도 가급적 속도를 늦추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사실 조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다. 최근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조루 유병률은 평균 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남성 10명 중 3명(27.5%)이 자신이 조루라고 느끼는 것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으로 엇비슷한 수치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조루에 대해서 아직 무지한 남성들이 의외로 많다. 조루를 남성의 무능력 또는 수치로 여겨 쉬쉬하다보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올바른 치료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성들의 조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도록 처절하다. 콘돔을 여러 장 끼거나 마취 스프레이 등을 이용하기도 하며 일부러 음주를 하기도 한다. 성적 흥분을 떨어뜨리기 위해 미리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다.
여러 장의 콘돔과 마취 스프레이 등은 귀두 감각을 완화해 사정시간을 늦춤에 따라 여성을 만족시키기에는 일시적으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성감을 무디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마취 스프레이의 경우, 사용 후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감각에 이상이 오거나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또 음주를 하면 알코올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고 성기의 감각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조루 증상이 완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데 지나친 음주는 음경을 팽창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고 동맥을 통한 혈류의 공급을 급격히 감소시켜 발기부전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 이런 까닭에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이제 조루는 더 이상 난치병도 아니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조루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최근에는 조루치료제도 나온 상황이다. 이것은 흥분을 주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뇌에서 빨리 사라지는 것을 막아 사정을 늦춰주게 된다. 단, 조루증 환자가 전립선염이나 갑상선항진증 등의 질환을 갖고 있거나 조루 원인이 뇌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밖에 펄레인 주입법과 음경배부신경차단술도 있다. 펄레인 주입법은 귀두의 표피 점막층에 펄레인(히알루론산)을 주입해 귀두확대와 함께 조루치료를 동시에 꾀한다. 약물복용의 효과가 없고 다른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면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적용한다. 부작용과 후유증 면에서도 안전하며 완치율도 비교적 높아 주목받고 있는 수술법이다.
이제 조루는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자가진단에 의한 섣부른 치료는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 분야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