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한 독재자는 죽어서도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지난 1989년 총살된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18~1989)와 부인 엘레나의 무덤이 21일(현지시각) 루마니아 사법 당국의 명령으로 파헤쳐졌다. 묘지에 묻힌 시신이 실제 차우셰스쿠 부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수도 부쿠레슈티 인근 겐차 묘지에 모인 법의학자들은 차우셰스쿠 부부의 유해를 파헤친 뒤 시신에서 조직 일부를 채취했다. 조직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거쳐 이들이 정말 25년 간 독재를 펼치다 처형된 차우셰스쿠 부부의 유해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외신은 독재 강압정치를 기억하는 일부 나이 든 시민들이 공허한 표정으로 작업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묘지에 묻힌 시신이 차우셰스쿠 부부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한 것은 다름아닌 차우셰스쿠의 아들 발렌틴과 딸 조이아 차우셰스쿠다. 이들 남매가 법원에 제기한 DNA 분석 요청이 지난 2008년 받아들여져 발굴이 이뤄졌다. 유전자 감식을 통한 신원 확인에는 최고 6개월 가량 걸릴 예정이다.

1965년부터 25년 동안 강압 통치를 펼쳐온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비밀경찰 조직인 ‘세쿠리타테’를 활용해 반대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집권 기간 약 6만여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1989년 12월25일 반정부 시위대에 붙잡힌 차우셰스쿠는 특별군사법정에서 반역·살인죄를 선고 받고 2시간만에 부인과 함께 총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