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 교사 등의 학생 폭행 동영상이 나온 것과 관련해 서울 지역 각급 학교의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19일 "최근 교사의 체벌로 인해 학생의 인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며 "2학기부터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체벌 관련 규정을 둔 학교는 관련 규정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지 않는 훈육·훈계를 통해 지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당수 학교는 이 조항에 근거해 자체 체벌 규정을 두고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지름 2㎝의 회초리로 엉덩이 등 드러나지 않는 부위에 5대 체벌한다'는 식이다.

체벌 전면 금지 지침으로 앞으로 아무리 사소한 체벌을 한 교사라도 신고가 들어와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징계를 받게 된다. 예컨대, 손바닥을 한 대 때리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키는 행위는 물론, 오리걸음·운동장을 돌리는 행위도 모두 금지된다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특히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 역시 금지 범주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반성문 역시 과거 국가인권위가 반(反)인격적인 행위로 판정을 내린 만큼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교사들에게 반성문 대신 일정 분량의 문제집을 풀도록 하는 등 '학습벌'을 내리는 방향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곧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체벌의 범위를 결정하고 체벌의 대체프로그램 등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2학기에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번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은 곽 교육감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내용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일부에선 '인권조례 추진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이날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교사 체벌 사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사안으로, 이번 조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전에라도 교사에 의한 학생 체벌 금지가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총은 즉각 반발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과의 의견 수렴 없이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독선·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 김모(33)씨는 "학교의 역할은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 두 가지인데, 운동장을 돌리는 등 아주 사소한 체벌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학원 강사들처럼 수업만 하고 애들에게서 손 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영화 서래초 교사도 "이미 체벌은 거의 사라졌지만 말썽을 부리는 극소수 학생들을 지도하고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교육을 포기하고 손을 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서울 지역 중학교 최모(40) 교사는 "어제만 해도 수업을 빼먹고 PC방에 간 학생이 있어서 손으로 등을 때리며 '그러면 되겠느냐'고 타일렀는데, 이젠 이런 행위도 모두 '신고 대상'이 되느냐"고 말했다.

반면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체벌을 금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 막기 힘들 것"이라며 "선진교육을 하는 나라에서는 체벌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면 체벌 금지는 한국 교육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