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자자의 멤버 유니나는 남성관객의 성희롱에 이어 사진 불법 사용으로 고소까지 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서울신문 7월 7일
유니나(23)는 마광수(59·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수필집을 원작으로 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연극에 주연인 '사라'역(役)으로 출연하고 있다. 원래는 가수지만 배우로도 활동한다.
6월 말부터 이 연극에 출연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한 관객이 연극을 보고 나서 '연극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항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가끔 있었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했다.
6월 26일 연극을 본 한모(45)씨는 그 다음날부터 유니나 소속사 사무실과 극단에 전화를 했다. 연출가 강철웅씨는 "연극을 하는 날 찾아와 로비에서 '외설적인 연극을 중단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극단에서는 한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예매일지를 봤는데 공연 당시 관객석 제일 앞자리에서 조용히 연극을 보던 남자였다고 한다. 행패를 부리면 끌어내면 그만이지만 더 괴로운 건 계속된 전화였다.
한씨는 공중전화를 사용하거나 번호를 바꿔가며 집요하게 전화해 "유니나가 가슴을 성형한 것 아니냐" "직접 만져봐서 확인해야겠다"고 주장하면서 "공연음란죄로 고소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소속사는 '공연 내용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씨가 전화로 연기자를 성희롱했다고 주장한다. 극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연극계에 외설 논란이 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극을 포함한 예술 속 외설 시비가 제일 먼저 일어난 건 1988년이었다. 극단 바탕골의 '매춘(賣春)'이 공연되자 '대사가 너무 외설적이고 분위기가 퇴폐적이다'는 주장이 일었다.
당시 공연을 서울 동숭동 200석 소극장에서 할 예정이었는데 공연 전 공연윤리위원회 대본 심의에 걸렸다. 극단에서는 '원고를 부분 수정하라'는 명령에 불응한 뒤 공연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공연과 극단 영업을 정지시켰다.
'매춘' 다음으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연극은 유명한 '미란다(1994년)'다. 미란다는 영국 작가인 존 파울즈의 데뷔작 '콜렉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설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미란다'이고 제목으로 따왔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공연물에 대한 규제가 심했는데 이 연극에서는 여배우가 알몸으로 나오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연출자 최명효씨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도 여배우의 전라 연기는 성적 수치심과 음란성을 자극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에도 성기능 장애를 겪는 교수와 여자 모델의 불륜을 그린 '마지막 시도', '오! 제발', '교수와 여제자'등이 연극 무대에서 외설 시비를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예술과 외설 사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재판으로 음란성 시비를 가린 건 영화나 연극이 아닌 그림이었다. 1969년 '유엔성냥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성냥을 만든 유엔화학공업에서는 성냥갑에 스페인 화가 고야의 작품인 '나체의 마야'를 인쇄했다.
대법원에서는 '명화(名畵)라도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음란물이 될 수 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미있는 건 성냥갑에 작품을 인쇄한 다음부터 성냥 판매가 훌쩍 뛰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일본도 1950년대까지는 예술작품에서 나타나는 외설적인 부분에 대해서 엄격했다.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가 쓴 '채터리 부인의 사랑(1928년)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책이 나오자마자 음란성 논란이 일었다. 1957년 3월 최고재판소는 이 명작(名作)을 '음란문서'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출판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그것은 공공의 복지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이른 1857년 '캠벨경법(Lord Camp bell's Act)'으로 음란문서를 단속했다. 당시 이 법으로 한 소설을 '외설'이라고 판결 내린 재판관은 이렇게 판시했다.
"음란이라고 비난되는 것이 부도덕적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 사람들을 타락·부패케 할 만한 경향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음란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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