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방송은 해양생물학자들의 말을 인용, "파울이 특별한 재능이나 예지력을 타고난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독일 국기를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본지 7월 13일
2010 남아공월드컵 최고 스타는 여덟 게임의 승패를 모두 맞힌 문어(文魚) '파울'이다. 스페인의 사업가는 파울을 3만 유로(약 4500만원)에 사고 싶다고 했고 일본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도 파울에 관심을 보였다.
독일 오버하우젠 수족관은 "앞으로 파울이 승패를 예측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파울 외에도 싱가포르 잉꼬 '마니'가 결승전 승패 맞히기에 나섰지만 네덜란드를 택했다.
동물은 점성술(占星術)의 기원과 관련 있다. 바빌로니아에선 동물의 배를 가른 뒤 장·폐·간의 색·크기·냄새·촉감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이 '희생(犧牲) 점술'을 천체에 적용시킨 게 바로 점성술이었다.
고대 이탈리아에선 닭을 이용해 점을 쳤다. 글자 위에 낟알을 뿌려놓은 뒤 닭이 쪼아먹는 글자를 조합해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식이다. 바빌로니아에선 자고 있는 소의 머리에 물을 세 번 튀겨 점을 쳤다.
두 눈을 뜨면 '긍정', 감고 있으면 '부정', 한쪽만 뜨고 있으면 '무엇이든 괜찮다' 등 소의 반응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다. 물고기의 움직임을 보고 전쟁 승패나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점치기도 했다.
동물의 신통력은 진짜 있을까, 인간의 신호나 학습에 의한 것일까. 파울의 경우에도 "사육사가 독일 국기를 고르도록 가르쳤고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고른 건 우연"이라는 주장과 문어에게 실제 예지력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2004년에는 간질에 걸린 어린이들의 발작시기를 알아맞힌 개들이 유명세를 탔다. 환자조차 자기가 언제 경련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개는 발작이 시작될 즈음 어린이들 곁에서 구슬픈 소리를 내거나 핥는 식으로 예측했다.
신경학자들은 "경련을 일으키기 전에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류를 개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고양이 '오스카'는 죽음을 알리는 고양이로 이름을 날렸다.
'호스피스 고양이'로 불린 오스카는 환자 곁에 머물거나 병실문이 닫힌 환자 방엔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문을 긁어대는 식으로 임종을 예측했다. 오스카가 이런 행동을 보인 환자들은 어김없이 곧 세상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특정 성분의 냄새를 맡고 죽음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금의 파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개 '짐(Jim)'도 논란에 휘말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놀라운 개(The Wonder Dog)'라는 별명을 가진 짐(1925~37)은 대공황(大恐慌) 시기에 최고의 동물이었다.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 주인이 "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짐이 군중 속으로 달려가 의사를 찾아냈다.
또 "무엇이 헨리 포드를 부자로 만들었나"라고 하면 포드 자동차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랑스어로 "무리 안에 성경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더니 주머니 속에 성경을 넣어두었던 성직자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한다.
짐은 영어·프랑스어·그리스어·독일어·스페인어를 알아들었으며 심지어 모스 부호로 지시해도 그대로 따랐다고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짐은 193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승자를 족집게처럼 맞히기도 했다.
두 팀 이름이 적힌 종이에서 양키스를 골랐는데 그대로 됐고 같은 방법으로 대선 승자 '루스벨트'도 알아맞혔다고 한다. 7년 연속 켄터키 경마(競馬) 승자를 신통하게 맞히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성별까지 알아맞혔다.
영화 출연료로 66만5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주인은 "짐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미주리주에는 짐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는 공원이 있고 지금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짐의 활약상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주인이 주의를 끌어 사람들 관심을 돌려놓았을 때 무리 안에 묻혀 있던 한패가 짐에게 사인을 보내 행동을 지시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