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해병대가 최근 강원도 홍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벌어진 대대급 고지 점령 훈련에서 KCTC 창설 이후 처음으로 대항군의 마지막 방어선인 3참호까지 가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 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KCTC 훈련장에서는 레이저 발사장치를 장착한 소총과 감지기 등으로 구성된 '마일즈' 장비로 실전과 똑같이 훈련을 한다.

이전에도 대항군 3참호까지 접근한 경우는 두 차례 있었지만, 병력이 대부분 전멸하고 10명 안쪽의 소수 병력이 3참호에 도달한 정도여서 큰 의미는 없었다. 이에 비해 이번 해병대 훈련 때는 2개 소대 병력이 대항군의 3참호까지 진입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고지를 점령하진 못했지만 최후 방어선을 거의 무너뜨릴 뻔했던 것이다. 해병대 대대장 진규상(해사 44기) 중령은 이 훈련의 공을 인정받아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받았다.

강원도 홍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소속 대항군 장병들이 전투를 벌이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해병대 1사단 71대대는 이달 초 대항군을 상대로 한 고지점령 훈련에서 최후 방어선까지 돌격했다. 장병들이 든 소총에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마일즈’ 장비가 달려있다.

14일 KCTC와 해병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진행된 공격 훈련에서 해병대 1사단 71대대가 대항군이 지키는 1·2참호를 돌파한 뒤 3참호까지 진출해 전투를 벌였다. 해병대는 1참호를 돌파할 때 전체 병력의 40%를 잃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대대장이 1개 중대를 대항군 취약 지역에 투입해 펼친 과감한 돌파 작전이 성공하면서 결국 성과를 거뒀다. 또 한 병사는 혼자서 대항군 3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며 동료의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KCTC 관계자는 "훈련에 참가하는 대부분 부대가 대항군 1참호 선상에서 전투를 벌이다 병력 대다수를 잃고 무릎을 꿇는다"면서 "이번 해병대 전과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대대급 훈련이 시작된 이후 KCTC에서 훈련한 대대급 부대는 102개나 되지만, 대항군의 1참호선을 뚫은 부대는 1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항군은 지형지물에 밝고 공격과 방어를 합해 1년에 50회 정도 전투 경험을 가진 장병으로 구성돼, 일반 보병 대대는 물론 특전사와 해병대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곤 했다.

해병대 71대대의 이번 성과는 투철한 군인 정신과 강한 훈련이 낳은 성과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부대 장병은 훈련 참가가 결정된 이후, 3개월 동안 피땀 흘리며 훈련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KCTC에서 하는 것처럼 쌍방 공격·방어 훈련을 하고, 훈련장이 해발 800~1000m 산악지대에 있는 것을 감안해 고지대 지속 행군 등 체력단련도 했다고 한다.

KCTC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미 육군 '과학화훈련단'(NTC)을 본떠 만든 대대급 부대 훈련장으로 1개 대대 훈련부대가 전문 대항군 1개 대대와 맞붙어 실전 같은 훈련을 하는 곳이다. 훈련 부대는 사전에 짜인 각본 없이(자유기동) 대항군이 지키는 고지를 점령하거나 대항군에 맞서 고지를 지키는 전투훈련을 한다. 훈련 때 취사시설이 적 포격으로 파괴되면 밥을 굶으면서 전투를 해야 하고, 사망자로 처리되면 실제 전쟁 때처럼 '영현백'에 들어가야 한다.